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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대통령 시신서 총상 12발…용의자 17명 체포

김보겸 기자I 2021.07.09 16:15:10

모이즈 대통령 암살에 외국인 용병 28명 동원
콜롬비아인 26명, 아이티계 미국인 2명
17명은 체포·3명 사살·8명은 도주 중
암살 동기는 아직…퇴임 주장했던 야당 배후 추정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왼쪽)(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 당시 12발의 총알을 맞은 것으로 밝혀졌다. 암살 용의자 대다수는 콜롬비아 용병으로 확인됐다.

아이티의 카를 앙리 데스탱 판사는 지난 7일 밤 현지언론에 “대통령 시신에서 총알 자국 12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총상은 이마와 가슴, 엉덩이, 배 등에서 확인됐으며 대구경 소총과 그보다 작은 9mm 총의 흔적이 함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발견 당시 모이즈 대통령은 피범벅이 된 흰 셔츠와 파란 바지를 입고 입을 벌린 채 누워있었다. 대통령 집무실과 침실도 모두 헤집어진 상태였다. 사건 당시 함께 총에 맞은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는 미국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집에 있던 대통령의 딸은 괴한들이 침입했을 때 오빠의 침실에 숨었고 가사도우미 등은 괴한들에 포박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암살을 위해 투입된 외국인 용병은 총 28명으로 집계됐다.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들은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 여권으로 콜롬비아인 26명과 아이티계 미국인 2명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중 미국인 2명을 포함해 17명이 체포됐고 나머지 3명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8명은 여전히 도주 중이다.

체포된 용의자 중 11명은 아이티 주재 대만 대사관에서 잡혔다. 안전문제로 문을 닫은 주아이티 대만 대사관에 용의자들이 침입해 숨었고, 대사관 경비요원이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대사관 허가를 받은 아이티 경찰이 경내에 진입해 체포작전을 벌인 결과 용의자들을 붙잡았다.

아이티 대통령이 암살된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발견된 총알(사진=AFP)
암살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아이티 임시 대통령을 맡은 클로드 요셉 총리는 BBC에 “모이즈 대통령이 야당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암살) 표적이 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2015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선거 결과에 야당이 불복하면서 2017년 2월이 되어서야 임기를 시작했다. 야당은 대선 직후부터 임기를 계산해야 한다며 올 2월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모이즈 대통령은 야당 인사들이 자신을 죽이고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며 갱단을 동원해 무더기로 체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아이티는 인구 1100만명 중 60%가 빈곤에 시달리는 아메리카 대륙의 빈국이다. 최근 몇 년간 지진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시달린데다가 정치 경제적 위기가 높아지며 극심한 정국 혼란을 겪어왔다.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국민들, 모이즈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아이티 현지에서 체포된 용의자들은 주변 군중에게 조롱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 수천명은 용의자들이 구금된 경찰서 앞에 모여 “그들을 불태우라”고 외치고 있다. 요셉 총리는 시민들에게 “용의자들에게 린치를 가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통령 암살 소식에 아이티 국민들이 동요하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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