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전면손질하나…서울시 향후 행보 주목

황현규 기자I 2021.04.12 14:30:19

오세훈 시장 “공시가 재검토하자…재산세도 감면”
재보궐 패배한 여권, 부동산 정책 손질 불가피
종부세 기준 공시가 9억→12억 상향 가능성
“재산세율 인하 대상도 6억→9억 할 듯”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오세훈 서울 시장이 공개적으로 ‘공시가 동결’을 요구하면서 부동산 세금을 둘러싼 서울시 대 정부간 신경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재보궐 선거와 내년 대선 등의 영향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도 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세 부담까지 가중된 상황에서 여권에서도 ‘세부담 완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1주택자 종부세 기준 완화, 재산세율 인하 등이 거론된다.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4년 새 종부세 대상 4.2배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진행한 국실별 업무보고에서 주택건축본부를 1순위로 선정했다. 이날 보고에 부동산가격공시지원팀이 참석, 공시가격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1일 오 시장은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가 너무 급격히 상승하는 바람에 60가지 넘는 재산상 부담이 생겼다”며 “집값 상승에 따른 재산세(보유세) 완화 위해 지방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만9000명이던 1주택 종부세 납부자 수는 2020년 29만1000명으로 4.2배 늘었다.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후 연간 2만에서 7만명 씩 늘다가 지난해는 무려 10만여 명이나 증가했다. 올해는 공시가격이 19% 오르면서 종부세 대상자는 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종부세 대상자 중 1주택자 비율은 2016년 25.1%, 2017년 26.3%, 2018년 32.4%, 2019년 37.2% 등 매년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이 비율이 43.6%까지 올라갔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야권)는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한 ‘공시가 때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각 당에도 ‘공시가격 검증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며 제가 속한 국민의힘이 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요청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공시가 산정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원칙대로 공시가를 매겨왔다”며 “오는 4월 공시가 산정 기준을 밝혀 불신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오른쪽)와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에서도 ‘세금 완화’ 만지작…종부세·재산세 손 댈듯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여권 내에서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일부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의 국토위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어가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1주택자 대상으로 한 세금 경감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거에서 패했다고 즉각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오히려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우선 지도부가 공백 상황이라 지도부가 만들어지면 세부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종부세 기준 완화를 거론한다. 현재 공시가 9억원을 초과할 시 고가주택으로 정의,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다. 그러나 9억원 기준은 2010년 이후 12년 동안 그대로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약 20%) 등을 감안할 때 약 12억원까지는 올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공시가격 기준이 현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중산층들까지 종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종부세의 당초 취지를 고려할 때 종부세 기준을 높여 1주택자들도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이미 야권에서는 지난해 종부세 기준을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특히 종부세 기준이 완화되면 재산세 감면 기준도 손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는 공시가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은 0.05% 포인트 인하했다. 서민들의 재산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68만 가구 중 공시가 6억원 이하 아파트는 93만 가구에 불과하다. 약 55%만이 재산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다.

실제 지난해 말 여당은 재산세율 인하 대상을 9억원 이하로 추진키로 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6억원으로 정한 바 있다. 오 시장도 소득이 낮은 1가구 1주택 재산세 감면과 함께 재산세 과세특례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겠다고 선거 당시 약속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은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재산세율 인하 대상을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세법 개정 사안인만큼 여당의 결심만 있으면 쉽게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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