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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침묵 속…'카카오 내홍' 두 당사자 모두 징계 수순

한광범 기자I 2023.12.04 15:58:46

김정호 '건설비위' 주장에…자산관리실 임원 강력반발
준법경영실·법무법인 공동조사…결과 따라 한쪽 치명상
욕설은 김앤장 단독 조사…노조도 징계 필요성에 공감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사진=브라이언임팩트)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욕설 논란으로 시작돼 경영실태 폭로까지 이어진 카카오 사태가 결국 욕설 당사자인 김정호 경영지원총괄과 수의계약 의혹 당사자인 오지훈 자산개발실장(부사장)에 대한 징계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욕설에 대한 책임은 물론,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 비리 여부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 둘 중 한 명은 징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총괄은 지난 3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욕설 논란과 그 이후 경영실태 폭로 등에 대해 카카오 구성원들에게 “걱정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밝히면서도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욕설 언론보도로) 완벽하게 인격살인 당했다. 당시에 저를 적극 방어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도 올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적극 해명했다”고 했다. 4일에는 취재진과 만나 ‘의혹으로 조사를 받던 당사자들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 총괄로부터 제주 ESG센터, 안산데이터센터, 서울아레나와 관련해 수의계약 등 비위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오 부사장 등 자산개발실 임원들 역시 징계 위기에 놓였다. 그는 일단 직위가 해제돼 조사를 받게 됐다. 카카오는 김 총괄이 제기한 제주 ESG센터 의혹과 관련해 사내 준법경영실과 외부 법무법인이 공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법무법인은 김앤장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비위 의혹과 관련해 김 총괄과 자산개발실 임원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김 총괄은 자산개발실이 700억~800억원에 달하는 제주 ESG센터 설계업체, 데이터센터 시공업체 선정 과정에서 결재나 합의도 없이 업체를 선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제주 ESG센터와 관련해선 카카오 내부에 관련 설계팀이 있는데도 외부 업체를 선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오 부사장 등 자산개발실 측은 “배재현 투자총괄의 결재를 비롯해 내부 절차에 따라 선정했다”며 “카카오 내부 팀은 온전히 설계를 완결할 기능이 충분치 않고, 카카오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될 우려가 있어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다른 공사 역시 수의계약은 없었고 입찰을 통해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창업자인 김범수 위원장이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사 결과에 따라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괄은 이와 별개로 카카오에 자신에 대한 징계를 스스로 요청했다. 이 역시도 사유는 욕설 논란이 아닌 사내의 ‘100대 0 원칙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카카오의 내부 원칙 중 ‘100대 0 원칙’은 ‘카카오 내부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100%) 외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하자(0%)’는 의미다. 그는 “(징계 요청은) 저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욕설 징계를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는 김 총괄의 욕설 논란에 대한 조사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위탁했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등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외부 법무법인에 의뢰해야 한다는 윤리위원회의 건의를 카카오 경영진이 수용한 것이다.

김앤장은 압도적인 국내 최대 로펌이다. 변호사 수만 1000명이 넘고 전직 대법관을 비롯해 법원·검찰 출신 전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김범수 위원장이 외부 독립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만들며, 막강한 권한을 주면서 수차례 부탁을 통해 위원장으로 위촉한 김소영 전 대법관 역시 김앤장 소속이다.

김 총괄이 ‘개X신’이라는 욕설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상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 노동조합(크루 유니언)도 “욕먹을 만했다는 상황에 다라 허용하게 된다면 크루들은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 상황에서 보호받기 어려워진다”며 징계 필요성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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