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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나리오대로만"…`뇌전증 병역비리` 브로커, 징역 3년 선고

황병서 기자I 2023.11.10 14:58:08

서울남부지법, 10일 병역법 위반 1심 선고
함께 기소된 병역법 위반 공모자 23명 징역형 집행유예
법원 “국방의무 이행한 청년들 상당한 상실감”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허위 뇌전증 진단 수법으로 병역 회피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김모(38)씨가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병역 회피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23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사진=이데일리DB)
서울 남부지법 형사9단독(김윤희 판사)은 10일 오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2억 1760만원을 추징한다고 밝혔다. 또 병역 관련 계약서들을 몰수키로 했다.

병역 회피에 가담한 박모씨 등 2명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들에게는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병역 회피에 가담한 김모씨 및 부모 등 20명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에게는 각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나머지 한 명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 모두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조사한 증거들을 더해 보더라고 피고인들의 범죄 사실을 모두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로커 김씨에 대해선 “피고인은 대부분 병역 연기의 방법을 찾기 위해 찾아온 병역 의무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시나리오 등 적극적인 희망의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병역의무의 면탈을 공모하고 이를 기회로 수수료를 받아 거액의 이득을 챙겼다”면서 “피고인의 위 같은 범행으로 인해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청년들은 상당한 상실감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보이는바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범행에 공모한 이들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이 모두 각자의 사정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들이 계획적으로 허위의 병역을 만들어낸 헌법이 정한 국방의 의무를 면탈하고자 한 것은 변함이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부모들에게는 “비록 아들들의 건강과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나 범행에 적극 가담해 그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2020년 5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병역 면탈을 원하는 의뢰자들을 상대로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알선해주는 등 병역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온라인 병역상담카페를 개설해 병역의무자 등을 유인한 뒤 ‘내가 준 시나리오대로 허위 뇌전증 환자처럼 행세하면 병역을 감면시켜주겠다’고 약속하고 컨설팅비 명목으로 총 2억 610만원을 받았다. 뇌전증은 뇌파나 MRI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도 환자가 증세를 호소하면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질환이다. 1년 이상 치료 시 사회복무요원(신체등급 4급), 2년 이상 치료 시 면제(5급)를 받을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김씨에 대해서 징역 4년에 추징금 2억 176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씨는 초범이고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나 공정한 병무 시스템을 형해 하는 등 범행이 중대하고 다수의 병역 면탈자를 양산한 점,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한편, 유사한 수법으로 병역 면탈을 알선해 김씨보다 먼저 구속기소된 구모(47)씨도 지난달 1심에서 징역 5년을 구형받고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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