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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검증에는 A씨가 참여하진 않았고, 사고 당시를 20여분간 재구성했다. 초등학교 후문 근처에 사는 A씨는 학교 후문 인근 도로를 우회전방향으로 올라가던 중 배수로 1미터 앞쪽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B군(당시 9세)을 치었다.
A씨는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진행하다 현장에서 21m 떨어진 자택 주차장 앞까지 이동해 1차로 멈춰 섰다. 블랙박스에는 A씨가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량을 주차하면서 “어? 말도 안 돼”라고 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수준(0.08% 이상)인 0.128%였다. A씨는 자택에 주차한 후 40여초가 지나 현장에 돌아왔고, 목격자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진 B군은 끝내 숨졌다.
검찰 측은 A씨가 사고 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현장 검증도 사고 직후 A씨의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검찰 측은 “법적으로 즉시 정차했어야 했고, 한쪽에다가 충분히 세울 수 있었다”며 “굳이 집까지 차를 끌고 가지 않고 사고를 인식했다면 내렸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뭔가 꿀렁한 것을 밟고 사람인지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군을 충격한 위치는 배수로 전 1m 정도로, 배수로 높이는 도로 면과 비교했을 때 턱이 있는 높이는 아니다”며 “방지턱 내지는 배수로로 오인할 정도로 높이가 있었는지 평가는 나중에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주장은 주차장 셔터 문이 올라가길 기다렸다가 주차한 이후 곧바로 나왔다는 것이고, 반대 측은 조금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라며 “확인해 봐도 5초 이내 나온 것이고 그 사이에 아이를 먼저 발견한 목격자가 꽃집에서 사람을 불러서 조치 취하고 있었고 피고인이 달려나왔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과실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지만 운전자가 도주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는 규범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주차한 곳이 먼 거리는 아니었고, 학교 앞이라 여러 우연이 상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재판에서 “도주할 생각은 없었다”며 뺑소니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2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