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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前대통령 ''임종''때 무슨 일이…

노컷뉴스 기자I 2009.08.19 21:09:18

이희호 여사 "주여! 제발"…차남 홍업 씨 "한 번만 눈 뜨십시오"

[노컷뉴스 제공]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면의 길로 가기 직전 신촌 세브란스 병원 중환자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김 전 대통령이 세브란스 병원에서 서거한 시간은 8월 18일 오후 1시 43분.

이날 아침 9시부터 임종 때까지 병원 중환자실에서는 가족들과 친인척, 측근들의 고백과 고별사가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 건강의 이상한 낌새는 이희호 여사가 가장 먼저 눈치챘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을 20년 가까이 모신 의료 관계자는 "이날 아침 9시쯤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 징후를 느꼈는지 '오늘 어떨 것 같냐'고 묻길래, '영부인께서 오늘은 대통령님 곁에 계셔야 될 것 같다'라고 말하자 이 여사가 '오, 주여!'라며 손을 모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여사는 "주여!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 분은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며 그 일을 하셔야 한다. 주여! 제발, 제발"이라고 흐느꼈다고 한다.

이 여사는 계속 흐느끼다 가망이 없음을 알아차렸는지 큰 소리를 내며 대성통곡을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여사를 20년 가까이 지켜봤는데 이날처럼 슬피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며 "그토록 강한 여사님도 남편과의 사별 앞에선 한 여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 시간 이후부터 병원에선 아들인 김홍일, 김홍업, 김홍걸 씨와 손자, 손녀, 조카들까지 중환자실로 불러 김 전 대통령을 보내는 일종의 의식을 거행했다고 한다.

당시 병실을 지키던 홍일씨는 느리지만 또렷하게 '아버지'라고 외쳤다고 함께 있던 가족들이 전했다.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소리로 잘못을 비는 사람은 둘째 아들인 김홍업 전 의원이었다.

김 전 의원은 "아버지, 제가 잘못했다. 제가 불효자식이다.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잘못을 저질러 아버지 이름에 누를 끼쳤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으니 한 번만 눈을 뜨십시오. 아버지,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가정을 잘 꾸리고 어머니를 잘 모실테니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때 중환자실은 흐느낌과 통곡의 도가니였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김대중 정권 말기에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으며, 김 전 대통령은 이 일로 말미암아 대국민 사과를 하고 몸져누웠다.

실제로 DJ는 대통령 재임시 둘째 아들 홍업씨가 문제 있는 인사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정보기관의 보고를 받고 여러 차례 직접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화와 평화, 인권의 지도자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식들 앞에선 한없이 약한 아버지였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인동초 DJ에게도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마지막 고별 의식이 진행된 뒤, 권노갑 전 의원 등을 비롯한 측근(동교동계)들이 중환자실로 들어섰다. 이날 오후 12시 30분쯤이다.

이희호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숨이 곧 끊어질 즈음에도 그의 손을 꼭 잡고 소생을 위한 기도를 했다.

이 여사가 기도를 드리는 중에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전 의원과 박지원 의원 등이 김 전 대통령에게 "편히 가십시오"라며 마지막 한마디씩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따르며 분신처럼 행동했던 그들의 마지막 말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이 뚜렷한 의식을 갖고 있던 때는 지난주 수요일인 12일까지였다고 한다.

앞서 상황을 전한 의료 관계자는 "하루에 몇 차례씩 김 전 대통령을 보며 세상사와 건강 관련 얘기를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은 그때마다 손짓을 하거나 얼굴로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14일)부터는 의식이 흐릿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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