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KDI 원장 사퇴 압력' 한덕수 총리 고발 검토(종합)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했다는 이유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법적 조치에 착수했다. 법률 검토를 마치는 대로 고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한 총리가 국책기관장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강요한 것은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당 법률지원단에서 위법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법률 검토를 통해 직권남용에 해당된다면 바로 고발에 나설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홍 원장의 거취를 두고 “소득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바뀌어야지. 윤석열 정부랑 너무 안 맞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지난 6일 홍 원장은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의 폭압적 사퇴 요구는 심각한 직권남용”이라며 “이런 상황이야말로 수사 대상이라고 생각해 당은 법적 대응까지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반기 국회 정무위원을 지낸 민주당 의원들은 “국무총리와 감사원장은 KDI 원장 찍어내기식 감사와 사퇴 종용에 대해 납득 가능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병욱·오기형·이용우·이정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일련의 사태를 ‘KDI 원장 찍어내기’로 규정하고 “아직 임기를 남겨둔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대놓고 사직을 종용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이중잣대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국무총리가 아직 임기를 남겨둔 연구기관 원장에게 소위 ‘물갈이’하기 위해 사퇴를 종용한다면,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KDI에 내부 규정이나 예산, 연구사업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감사원 역시 홍 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행위였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들은 “감사원이 총리와 한몸처럼 연구기관 원장에 대해 찍어내기식 감사에 나서는 것이라면, 감사원법에 따라 보장된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기형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총리가 (홍 원장에게) 입장이 다르니 나가라고 했고, 독립적으로 감사해야 할 감사원이 이례적인 감사를 했다. 그 내막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며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법률 검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