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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혐오·착취만 조장"…정부 미등록 이주민 단속에 `반발`

황병서 기자I 2024.04.18 13:41:24

전국이주인권단체 18일 오전 기자회견
정부, 6월 30일까지 미등록이주민 합동단속 실시
작년 합동단속 3차례…"미등록 이주민 되레 늘어"
“외국인 노동력 의존하는 중소업체 도산 우려”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주인권단체들이 미등록 이주민을 향한 정부 합동단속을 멈추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폭력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이주민 커뮤니티에 대한 혐오와 차별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데다, 노동력이 부족한 중소업체의 피해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이주인권단체 등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의 전쟁기념관 앞에서 ‘반인권적인 1차 정부 합동단속 규탄 전국이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황병서 기자)
전국이주인권단체 등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의 전쟁기념관 앞에서 ‘반인권적인 1차 정부 합동단속 규탄 전국이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법무부가 이달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부 합동단속을 벌이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법무부가 합동 단속을 실시하는 것이 미등록 이주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혐오·차별을 확산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서 반인권적 강제단속을 하고 폭력적 상황을 정당화하는 것은 미등록 이주민 인권을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는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착취 확산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미등록 노동자 부부가 숙소에서 질식해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등록 이주민들은 계속 인권과 법적 테두리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갈수록 취약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단속 추방 정책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미등록 이주민 숫자를 줄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단속을 진행했고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홍보했지만, 지난해 초 41만명 수준이었던 미등록 이주민이 올해 초 42만명으로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강력한 단속은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단속 추방 강화가 아니라 체류권 부여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항상 단속 추방과 자진 출국 정책으로 2027년까지 5년 내 미등록 이주민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하지만, 그러한 방안이 실패했음은 지난 수십년 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면서 “체류권을 부여해야 미등록 숫자도 줄이고 인권상황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등록 이주민이 노동착취, 산재, 비인간적 주거, 의료접근 배제 등 처참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미등록 이주민을 향한 정부의 합동단속이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존스 갈랑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외국인 노동자의 인력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국내 중소업체들의 도산을 가져올 뿐”이라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주체적인 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등록 이주민은 고용허가제, 계절 근로자 제도와 같은 잘못된 제도의 피해자”라면서 “늘어나는 미등록 이주민을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주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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