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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시민단체 "전금법 개정안, 디지털 재벌 특혜법"

이승현 기자I 2021.05.11 13:31:38

경실련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미적용"
핀테크협회 "관점의 문제…당국의 보완조치 있을 듯"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제대로 파헤치기’를 주제로 열린 기획좌담회에서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여당과 금융당국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법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디지털 재벌 특혜법’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협과 금융노조는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발칙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제대로 파헤치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은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 전달업) 및 종합지급결제 사업자 도입, 각종 페이의 후불결제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규제 완화를 통해 핀테크 산업을 키우겠다는 목표에서다.

대신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해 페이업체의 외부청산을 의무화했다. 개정안은 청산기관의 하나로 금융결제원을 명시하고 금융위원회가 청산기관 허가와 자료제출 요구, 검사 등 권한을 갖도록 규정한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중앙은행 고유기능인 지급결제제도 운영과 관리 업무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한은과 금융위가 서로 통제권이 있다고 주장한다”며 “졸속법안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경실련은 전금법 개정안이 동일기능과 동일규제 원칙 미적용, 금산분리 원칙 훼손, 개인정보 권리 침해, 지역금융 공공성 악화 등 4가지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성명을 냈었다”며 “경제정의 보다는 재벌에게 특혜를 몰아주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좌담회에서 “개정안은 접근매체 분실 때 배상책임 문제 등 일부 정비되고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전성인 교수는 그러면서도 “업체 규제와 관련해 명실상부한 재벌인 네이버와 카카오에 외관상 은행업과 비슷한 업무를 나눠 허용해주면서도 동일기능에 대한 동일규제를 포기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태도를 질타하는 의견도 나았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가 등장하면 기존 법제는 사실상 공백상태가 된다”면서 “규제 사각지대가 상당히 넓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조혜경 위원은 “공백상태일 때 이것을 어떻게 법제화해 담아낼 것인지 모색하는 게 금융당국의 마땅한 책무다. 이번 전금법은 금융당국이 담아내지 않겠다는 의지 선언”이라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는 정부 당국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다른 의견을 냈다. 그는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한쪽에선 당국의 방치로, 한쪽에선 신산업 육성으로 볼 수도 있다. 관점의 문제”라며 “예치금 관리 문제와 계열사 규제 등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선 당국이 적절한 보완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금융권이 변화에 나설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은행은 기존 장점을 강화하면 좋을 것”이라며 “프라이빗뱅킹의 경우 고액 자산가가 아닌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 강화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법안에 드러난 문제점을 알리고 법을 처리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히 이해시키겠다”며 “가열찬 투쟁을 펼치겠다”고 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자료=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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