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겨룬 신춘호…스낵 이기고, 생수 비기고, 유통 뒤지고

전재욱 기자I 2021.03.29 11:37:14

그룹 기준 형제간 회사 규모 격차 크지만
농심 스낵 부문 1위로 앞서고, 생수는 중간에서 접전
라면 부정했던 롯데가 자체상품 출시해 체면 구기기도
유통, 화학, 호텔 이외 부문은 현격하게 뒤지는 동생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신춘호 농심 회장과 그의 형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살아생전에 서로 불화하면서 사업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했다. 절대적으로 보면 `형만 한 아우가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연결기준)은 매출 2조6390억원을 기록해서 같은 기간 롯데그룹(약 70조원)과 비교하면 작은 회사이다. 그룹 기준으로 동생 회사는 형네 회사를 뛰어넘은 적이 없다.

부동의 스낵 1등 농심

그러나 사업 영역이 겹치는 부분을 구분해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농심은 스낵 시장 85%를 점유(지난해 오프라인 기준)하는 제과 5개사 가운데 점유율 단독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농심이 5개사(오리온·크라운·롯데제과·해태) 가운데 가진 시장점유율은 30.7%(2020년)이다. 롯데제과(14.1%)와 비교하면 시장장악력이 두 배 이상 세다.

지난 한해 출시한 신제품 바이킹밥, 쫄병스낵 달고나맛, 감퀴 레드칠리맛에 이어 옥수수깡이 터지면서 스낵 명가를 과시했다. 이 기간 스낵으로 만 기록한 매출이 3870억원(수출 제외)이다.

라면 사업에서는 형이 체면을 구긴 측면이 있다. 롯데쇼핑은 2010년 자체 상품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팔도에 생산을 맡기고, 롯데쇼핑이 유통을 하는 간접적인 방식이었지만 업계 시각은 형제간 갈등이 일어난 44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갔다. 신춘호 회장이 1965년 농심 전신 롯데공업을 창업하고 독립한 것은 신격호 회장이 라면 사업을 반대한 탓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라면은 현재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왕년 뒤로하고 3위로 내려앉은 백산수

생수 시장에서 농심은 롯데와 비등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농심이 생수 백산수는 작년 상반기(닐슨 추산) 시장점유율 8.3%로 3위를 기록해 같은 기간 2위 브랜드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13.7%)에 뒤져 있다. 1위 상품 광동제약 삼다수(41.1%)와 비교하면, 두 사업자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애초 1위는 농심이었다. 농심은 2012년까지 삼다수의 유통을 담당하고 생수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생산을 담당하는 제주도개발공사와 재계약이 불발하고 소송까지 갔으나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절치부심하고 2012년 출시한 생수가 바로 백산수이다. 1997년 아이시스를 내어 생수업계 2위를 기록해오던 롯데칠성음료는 앉은 자리에서 농심을 제치게 된 것이다.

유통, 화학은 현격한 체급차

유통 사업에서는 농심이 롯데에 크게 뒤진다. 농심 그룹 계열로 할인점,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을 담당하는 메가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5262억원이다. 롯데그룹 유통을 전담하는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매출은 16조184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이 온라인 대응이 미흡해서 작년 매출이 8.1%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메가마트와 체급 차가 현격하다. 주력인 롯데마트(6조380억원)만 떼어서 비교하더라도 매출은 10배 이상 차이 난다.

화학계열사 농심의 율촌화학(5200억원)도 롯데케미칼(12조2230억원)과 작년 매출을 비교해보면 격차가 크다. 호텔과 광고도 마찬가지다. 메가마트가 지분 전부를 가진 호텔농심이 2019년 매출은 446억원을 기록하는 동안 호텔롯데는 7조3960억원 매출을 올렸다. 광고회사 농심기획(207억원)과 롯데 쪽의 대홍기획(3187억원)의 2019년 매출도 15배 넘게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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