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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 삭감` 尹 정책에…국회 달려간 서울대 학생들

이유림 기자I 2023.11.02 11:47:09

서울대 총학 R&D 예산삭감특위 간담회
"국가가 기초 학문 포기하는 것…백지화 필요"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대거 삭감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발한 서울대 학생들이 국회로 향했다. 이들은 “정부 예산 없이 굴러가지 않는 학문 분야들은 사실상 사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대 총학생회 R&D 예산삭감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대 총학생회 R&D 예산삭감특별위원회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R&D 예산 삭감 백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지난 8월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올해보다 16.6%(5조 2000억원) 줄인 25조 9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주 초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R&D 예산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하며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장인 오정민 특위 위원장은 “기초 과학이나 기초 학문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국가가 이런 분야에 대해 포기·유기하는 게 아닌가”라며 “우리가 정말 이 길로 걸어가도 되는지 회의감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우리가 R&D 문제에 접근할 때 과학기술계라는 표현을 쓰지만 단순히 이공계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인문·사회계 또한 자연과학 못지않게 중요한 분야이고, 학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문계 학생들도 R&D 예산 삭감 이후 대학원 진학을 더욱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과대학 학생회장인 나세민 특위 부위원장은 “많은 학생이 우려하는 실질적인 내용 중 하나가 인건비와 연구 환경에 대한 재정 지원 부분”이라며 “과기부 장관은 예산 삭감이 이뤄지더라도 미래 과학자에 대한 연구 환경은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당장 삭감이 이뤄진 이후의 현실을 알지 못하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연구를 이어가려는 학생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물리천문학부 학생회장인 문성진 특위위원은 “외국에서 박사 따고 그 나라에 눌러앉겠다는 학생도 있다”며 “정부가 정책을 쉽게 바꿈으로써 진로에 영향을 주는 안정적이지 않은 나라에서는 연구를 계속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물리천문학부 소속인 이동훈 특위위원도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단기 과제로 수행할 수 없는 깊고 창의적인 연구를 수십 년간 수행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단기적인 중간 평가에 기반해 부실하면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는 노벨상에 넣을 만한 수준 높은 연구를 하기 어렵단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R&D 연구의 효율과 비효율을 구분하는 기준도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며 “정부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7개는 확대하고 다른 분야는 소외받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강 의원은 “여러분이 연구에만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R&D 예산 삭감으로 이어진 데 대해 기성세대 정치인으로서 죄송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지, 의대에 갔어야 하는 게 아닌지 회의감을 들게 만들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의 목소리를 향후 예산 심사에 반영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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