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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맞나?…전문가들 '갸웃'

한광범 기자I 2024.04.23 13:43:44

"카카오·금융당국 어느 한쪽이 틀렸다 보기 어려워"
"새 산업은 명백한 회계기준 없어…기준 마련하면 돼"
"다수 회계법인이 사전 검토…문제 삼는게 맞나 의문"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이 회계기준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추진하자 회계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재 대상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철홍 하온회계법인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카카오모빌리티나 금융당국 중 어느 한 쪽이 맞고 다른 한 쪽이 명백하게 틀렸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봤다. 그는 “대부분 거래는 총액이냐 순액이냐를 판단할 때 어느 한 쪽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측 요소 모두 있다. 결국 감사인들은 본질적 지표가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판단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전에 3곳의 대형 회계법인으로부터 ‘총액법이 문제없다’는 자문을 받은 것과 관련해 “회계법인 내부에서 여러 단계의 검토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동일한 방향을 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자문 결과를 문제 삼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회계법인 판단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자칫 향후 자문이 위축될 수 있다”며 “결국 회계법인들로선 향후 자문에 대한 최종 의견 진술 전 사전에 금융당국에게 질의를 해야 하게 된다. 하지만 회계처리 외에 사실관계 판단은 애초 질의 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총액법으로 어떤 이득 봤나 불명확”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임원 A씨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면 회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마련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도 기존에 없던 가맹 택시 산업에 대해 회계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부정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높였을 때 어떤 이득이 있는지에 대해 명백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에 새로운 회계 기준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지, 이걸 법적으로 문제 삼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회계 전문가들 입장에서도 이번 사안은 상당히 해석이 어렵다. 일방이 회계처리 기준 위반인지 여부를 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고의로 회계 위반을 했다면 감사인들을 기망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내부 증거가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총액법으로 해서 어떤 이득을 보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는 가맹면허사업자를 가진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과 가맹 계약을 체결한다. 택시법인이나 개인택시가 케이엠솔루션과의 가맹 계약을 통해 카카오의 브랜드 택시인 ‘카카오T블루’로 운행하게 된다.

케이엠솔루션은 가맹 계약에 따라 차량 관리, 차량 배차 플랫폼 제공, 전용 단말기 유지보수, 경영 관리, 정기적인 가맹서비스 품질관리 등 가맹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운행 매출의 20%를 계속 가맹금(로열티)으로 받는 구조다.

카카오모빌리티, 감리위·증선위 판단 남겨둬

가맹 계약을 체결한 택시법인이나 개인택시는 희망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한다. 업무 제휴 계약에 따라 가맹택시는 운행 데이터를 카카오모빌리티에 제공하고, 차량 내외부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진행하는 광고·마케팅 부착물 등을 붙이고 매출의 15~17% 정도 제휴 비용을 지급받는다. 가맹 계약과 달리 계약 주체가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과거 가맹택시로부터 받는 운임의 가맹수수료 20% 전체를 자사 매출로 계상했다. 금융당국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을 가맹수수료 20% 전체가 아닌 업무제휴비용을 제외한 3~4%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 계약 모두 가맹택시 운임을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두 계약을 경제적 동일체로 보고, 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비상장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할 때 밸류에이션을 키워 기업가치를 높게 상장시키기 위해 이와 같은 매출인식 방법을 택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가맹택시와의 계약이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며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최고 수위의 제재를 사전 통지한 바 있다. 금감원의 제재에는 약 9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과 함께 류긍선 대표에 대한 해임 권고가 포함됐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안건은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에 부의된 상황이다. 감리위는 지난 4일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 회의를 열기로 했다. 감리위에서 최종 의결이 이뤄지면 증권선물위원회로 사안이 넘어가 최종 결정이 이뤄지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금감원의 제재수위 통지 이후인 지난 3월 회계기준을 기존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변경했다. 다만 카카오는 금감원으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은 류긍선 대표에 대해 1년 연임을 시키며 정면돌파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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