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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승의 한 풀어낸 메시, 더 빛났던 네이마르와의 우정

이석무 기자I 2021.07.11 16:21:23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을 마친 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브라질의 네이마르가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AP PHOTO
아르헨티나 라커룸으로 찾아온 브라질 대표팀의 네이마르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를 축하해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리오넬 메시(34·바르셀로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감쌌다. 잠시 후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들이 몰려들어 그를 얼싸안고 환호했다. 잠시 후 대표팀 동료들의 헹가레를 받는 메시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아르헨티나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라카냥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코파아메리카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1-0으로 눌렀다. 전반 22분에 터진 앙헬 디 마리아(파리 생제르맹)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켰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1993년 대회 우승 이후 무려 28년 만에 코파 아메리카 정상에 복귀했다. 통산 15번째 정상에 오르면서 우루과이와 함께 대회 최다 우승국에 등극했다.

아르헨티나는 마지막 우승 이후 최근 6차례 대회에서 4번이나 결승에 올랐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고개 숙여야 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무관의 아쉬움을 드디어 털어냈다.

누구보다 이번 우승을 기뻐할 선수는 단연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간판스타 메시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선 혼자 4골 5도움을 기록하는 신들린 활약을 펼치며 우승을 견인했다. 우승트로피와 함께 득점왕과 도움왕도 독차지했다.

메시는 소속팀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선 수없이 우승을 경험했다. 10차례 라리가 우승, 5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만 35개나 됐다.

하지만 정작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선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4년 처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에 발탁된 뒤 무려 4차례 월드컵과 5차례 코파 아메리카에 나섰지만 한 번도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준우승만 4번(월드컵 1번, 코파아메리카 3번)이나 경험했다.

일부 과격한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은 “메시가 소속팀에서만 최선을 다하고 대표팀에선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2016년 코파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자신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인해 준우승에 그친 뒤 비판이 쏟아지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퇴를 만류한 끝에 메시는 결국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복귀 이후에도 아르헨티나는 우승과 인연이 좀처럼 닿지 않았다.

결국 메시는 고진감래 끝에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그토록 바랐던 우승을 이루면서 한을 풀었다. 1987년생으로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메시는 2년 뒤 코파 아메리카 대회 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대회 우승이 더 간절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콜롬비아와 4강전에서는 상대 선수 축구화에 찍혀 발목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풀타임을 소화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메시는 꿈에 그리던 우승을 이룬 뒤 또다른 멋진 장면을 만들어냈다. 동료들과 우승 세리머니를 하던 도중 브라질 대표팀의 에이스 네이마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약 25초 동안 둘은 서로를 껴안은채 대화를 나눴다. 누구보다 네이마르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있는 메시였기에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따.

메시와 네이마르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함께 하면서 2014~1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여러 차례 우승을 합작했다.

이후 네이마르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으로 이적하면서 둘은 더이상 같은 팀에서 뛸 수 없었지만 우정은 계속 이어져왔다, 이날 결승전에서 비록 적수로서 90분 동안 치열한 승부를 벌였지만 경기가 끝난 뒤 다시 절친으로 돌아왔다.

경기가 끝나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네미마르는 시상식을 마치고 아르헨티나의 라커룸까지 찾아와 메시와 동료들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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