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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근로자 건강 '뒷전'…10명 중 4명 “건강보호 조치 없어”

최정훈 기자I 2021.11.24 12:00:00

고용부, 야간근로 사업장 대상 근로감독·실태조사 결과 발표
야간작업 시 필수 ‘특수건강진단’ 17개 사업장서 미실시
건강 보호할 정도의 휴게시간도 부여하지 않아
야간작업 근로자 10명 중 4명 “사내 건강 보호 조치 없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새벽 배송 등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유통·물류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야간작업을 하는 근로자도 대폭 늘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업장이 근로자의 건강 문제는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광군제(11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26일) 등 할인 행사를 앞둔 9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직구물품들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야간작업 시 필수 ‘특수건강진단’ 17개 사업장서 미실시

고용노동부는 24일 야간근로를 하는 사업장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감독과 야간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근로감독과 실태조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시장이 대폭 확대되고 있어 야간근로를 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련됐다.

이번 근로감독과 실태조사는 야간근로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코로나19로 업무량이 증가한 도매업(유통업), 운수·창고업과 상시적으로 야간근로를 하는 제조업 사업장 51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선정 이유는 야간작업에 따른 특수건강진단 실시 노동자가 많으면서 뇌심혈관질환 산재 사고가 많은 업종이라는 설명이다.

먼저 산업안전 분야는 감독 대상 51개소 중 27개 사업장에서 총 83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특히 야간근로 노동자 건강관리에 중요한 수단인 특수건강진단, 휴게시설 관련 법 위반사항이 일부 확인됐다.

일정 시간 이상 야간작업을 하는 경우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하지만 감독 대상 51개소 중 17개소에서 일부 노동자에 대해 실시하지 않았다. 특히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도매업과 운수·창고업에서 일용직 노동자에 대해 특수건강진단도 없었다.

이어 대부분 사업장에서 휴게시설을 설치하고 있었지만, 감독 대상 51개소 중 3개소는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시정지시를 받았다. 도매업과 운수·창고업 일부 사업장은 휴게시설이 있었지만, 남녀를 고려하지 않거나 비품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 등 휴게시설 운영이 미흡했다.

또 근로감독 대상 중 15개소에서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수면 장애, 뇌심혈관질환 등 야간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지도했다.

건강 보호할 정도의 휴식 시간도 부여하지 않아

근로기준 분야는 감독 대상 51개소 중 43개 사업장에서 총 95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도매업, 운수·창고업에서 휴식시간 미준수 등 야간 근로 노동자 건강 보호와 관련된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감독 대상 51개소 중 도매업, 운수·창고업 4개소에서는 휴게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하는 운수·창고업 6개소에서는 일부 노동자에 대해 11시간 연속해서 휴식 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현행법상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

이어 감독 대상 중 9개소는 연장·휴일근로수당 일부를 지급하지 않았고, 감독 대상 중 6개소에서는 일부 노동자에 대해 1주 12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로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외에 임금체불,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 등 총 70건의 법 위반이 적발되는 등 노동관계법 위반도 적발됐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야간작업 근로자 10명 중 4명 “사내 건강 보호 조치 없다”

고용부는 야간근로 현황, 휴식시설·시간 현황, 특수건강진단 현황, 건강보호를 위한 조치내용 등 야간근로 노동자 건강 보호와 관련된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야간근로 형태는 교대근무가 64.8%, 야간근무 전담이 35.2%로 확인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은 교대근무가 99.3%로 월등히 높게, 도매업과 운수·창고업은 야간근무 전담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1일 평균 야간근로시간은 8시간 미만 응답이 61.5%로 다수이고, 8시간 이상은 38.5%로 응답했다. 1일 야간근로 중 휴식시간은 1시간 이상이 56.6%, 1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43.3%로 나타났다.

야간근로를 하는 이유는 ‘수당 등 경제적 이유’가 55.8%로 절반 이상이고, 그 외에는 ‘교대제 등 근무체계’, ‘개인적 생활여건’ 순으로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도매업, 운수·창고업은 ‘수당 등 경제적 이유’ 응답이 높고, 제조업은 ‘교대제 등 근무체계’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회사의 조치가 ‘있다’는 응답은 59.5%이고, ‘없다’는 응답은 40.5%로 나타났다. 또 야간근로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는 휴식시설 확충, 충분한 휴식시간 부여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야간근로는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기업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내년 8월부터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법률로 상향됨에 따라휴게시설 설치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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