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탄소국경세 도입하면 연간 최대 수출 1.7% 감소

최정희 기자I 2021.07.29 12:00:00

한은, 기후변화 대응책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발표
수출 연 1.7% 감소하면 GDP도 0.4% 줄어
자동차·선박 등 운송장비 타격이 가장 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유럽연합(EU)에서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 중 철강, 자동차, 선박 등 탄소 배출이 많은 품목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경우 수출이 최대 연간 1.7%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약 0.4% 가량 쪼그라든다.

(출처: 한국은행)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책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하의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미국, EU가 자동차 등 운송장비, 철강 등 금속제품, 화학제품, 전기전자 등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5대 품목에 탄소배출량 톤당 50달러의 세금을 부과할 경우 연간 수출이 중위값으로 1.1% 감소(EU 0.5%, 미국 0.6%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따지면 71억달러 줄어드는 것이다. 세금 부과에 따른 수출 감소 탄력성을 조정할 경우 최대치로 보면 1.7%, 최저치로는 0.7% 감소한다. 연간 GDP도 0.28% 감소한다. 최대치로는 0.39%, 최저치로는 0.16% 쪼그라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가 탄소배출을 하는 기업에 톤당 평균 15달러의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EU가 기존 부담금 만큼을 감면해 탄소국경세를 35달러로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세금 감면’ 시나리오 하에선 중위값 기준으로 수출이 0.7%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선진 한은 국제무역팀 과장은 “탄소국경세 부과시 수출 가격이 오르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직접적 요인 외에 중국 등 우리나라 교역국에서 미국 등으로 수출 감소가 나타나 중간재 수출이 감소하는 간접적 요인, 세금 부담의 (나라별 차이로) 무역재편에 따른 영향까지 모두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별로 보면 탄소배출이 많고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선박 등 운송장비가 총 수출 1.1% 감소 중 0.31%포인트를 끌어내려 가장 타격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철강 등 금속 제품은 0.23%포인트, 화학제품은 0.19%포인트 감소에 영향을 줬다.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 감소 여파로 반도체 등 전기전자제품도 0.23%포인트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은의 추정치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유사한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EU가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경우 EU로의 철강 수출이 연간 11.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한은도 중위값 기준으로 10% 내외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일환으로 탄소국경세를 2023년 도입, 2026년부터 부과할 예정이고 미국은 도입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총탄소 배출량은 6억6000만톤인데 수출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연간 3억6000만톤으로 54%에 달한다. 탄소국경세는 한 국가에서 탄소 규제를 강화할 경우 탄소배출이 높은 산업들이 규제가 낮은 국가로 이동하는 ‘탄소누출’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로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품목을 수입할 때 부과하는 관세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장기 계획하고 있으나 탄소국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기업 및 정부의 단기 대응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탄소저감 노력을 앞당기고 정부는 기업들의 탄소 저감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세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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