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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 입은 이주여성, 병원 다인실서 조사한 경찰…인권위 “인권침해”

박기주 기자I 2021.04.12 12:00:00

인권위, 경찰청장에 관련 제도 개선 권고
"인신매매 피해 정황 있는데도 조치 없어"
"다수 환자 입원실에서 성매매 혐의 조사, 인권침해"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경찰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중상을 입은 외국인 여성에 대해 경찰이 공개된 장소에서 조사를 진행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인권위)
인권위는 성매매 단속과정에서 추락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피해자에 대해 사고 당일 다인실 병실에서 피의자 신문을 실시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인격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청장에게 해당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이주여성단체는 마사지 업체에서 성매매를 한 피해자가 경찰 단속 과정에서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려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아무런 고려 없이 조사를 강행하고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조치도 없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피해자가 태국에서 에이전시로부터 허위 근로정보를 제공받고 한국에 입국했고, 태국 국적 에이전시에게 여권을 빼앗긴 채 성매매 일을 했던 사실 등 성매매를 할 수밖에없는 환경에 노출됐던 점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가 인신매매 피해자인 것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인물이 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인신매매에 따른 성 착취 피해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높은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신매매 피해자 여부에 대한 식별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응급실 치료 후 다수의 환자가 입원해 있는 다인실 입원실에서 경찰이 피해자의 성매매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은 피해자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봤다.

아웅ㄹ러 이주여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뢰관계인 동석 조치를 하지 않은 점과 관계 규정에 따라 영사기관원과의 접견·교통을 할 수 있음을 고지해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식별절차·방식 및 보호조치 등 관련 규정 및 매뉴얼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일선 경찰관서에 전파교육을 실시할 것과 이주 여성 등 한국 내 사회적 지지기반 등이 취약한 계층에 대한 수사를 실시함에 있어 신뢰관계인의 동석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관기관 및 단체와 연계해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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