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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슬기로운 투자생활]대선서 누가 이기든 가치주 시대가 온다

이슬기 기자I 2020.10.14 11:01:00

1980년 이후 대선 있던 해마다 가치주가 성장주 압도
정부가 부양책 밀어붙이며 가치주에 우호적 환경

美 대선 누가 이기든 가치주 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꽤 오랜 기간 가치주는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속 ‘고도(Godot)’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는 고도처럼, 가치주의 시대 역시 올듯 말듯 하다가도 결국엔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성장주의 득세는 상당 기간 지속돼 왔죠.

그러나 이제 가치주는 고도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계기는 미국 대통령선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되든,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대선을 기점으로 가치주가 오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미국 증시 매체 베어트랩스리포트는 최근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하나 발표했습니다. 1980년 이후 미국 대선이 있던 해의 성장주와 가치주의 평균 수익률을 비교한 것입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1월 선거가 이뤄진 후 1~6개월 동안 가치주가 성장주를 아웃퍼폼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가치주의 평균 수익률을 성장주의 평균수익률로 나눈 값은 △1개월 후 1% △2개월 후 2.2% △3개월 후 1.6% △4개월 후 3.4% △5개월 후 4.0% △6개월 후 3.5% 등 입니다. 즉, 선거 이후 6개월은 평균적으로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더 크게 오른다는 겁니다.

시장 친화적인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경우가 더 많아서 그런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베어트랩스리포트는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느 쪽이 당선되든 상관 없었다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대선에서 이긴 정당이 상원도 장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6년 임기의 상원의원 선거는 전체 100명중 3분의 1씩을 2년마다 각각 따로 뽑는데, 이번 대선에서도 상원의원의 3분의 1을 다시 뽑을 예정입니다. 현재 바이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원 역시 민주당이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죠.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상원까지 장악할 경우 제동을 거는 야당의 힘이 약하다 보니 정책 추진력이 더 붙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임기 초기에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역시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그리고 보통 막 선출된 대통령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 점이 선거 이후 가치주의 강세를 뒷받침 하는 겁니다. 선거 이후 정부가 돈을 쓸 것이기 때문에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치주가 오른다는 것이죠. 성장이 없었던 과거엔 그나마 이익을 내는 종목(성장주)에만 기대가 쏠렸다면, 이젠 시장 전반적으로 오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가치주가 반등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정부가 부양책에 계속 돈을 쓰면 가치주엔 더 좋습니다. 경제가 반등하며 인플레이션이 오기 때문이죠. 보통 인플레이션이 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을 억제하곤 하는데, 성장주가 이 금리에 쥐약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무위험 국채만 사도 예전보다 수익을 더 얻는데 구태여 성장주라는 높은 리스크를 질 필요가 이전보다 없는 까닭이죠.

시장은 바이든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바이든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민주당은 3석을 추가로 확보해야 상원 장악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현지 매체의 예측에 따르면 상원 또한 민주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요. ‘블루 웨이브(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장악)’와 함께 기다리던 가치주의 시대가 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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