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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지갑은 열었지만 주택구입에 쏠렸다

김보리 기자I 2014.12.23 12:03:23

한은, 3분기 자금순환 발표
가계지출, 기업매출 상승으로 안 이어져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세월호 참사 사건 충격의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가계가 3분기에는 주택구입을 위해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가계의 지출 증가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에 치중됐기 때문에 주머니를 나온 돈은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지 않았다. 이는 기업의 매출 부진으로 나타나 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가 전분기보다 절반 가까이 확대됐다. 가계지출이 늘어나면 통상 기업 매출이 확대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잉여는 19조 4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전분기(29조 6000억원)보다 10조 2000억원 감소했다. 가계가 소득과 지출의 차액이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이는 지출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료 : 한국은행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민간소비지출 증가와 주택 구입 자금 확대로 자금 잉여가 감소했다”며 “3분기 주택매매량이 늘어나는 등 주택구입 자금 지출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 주체인 가계의 소비가 주택구입에 쏠렸기 때문에 기업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었다. 가계의 지출이 소비심리 확대로 인한 민간소비 확대 보다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구입지출에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LTV·DTI 규제완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담보대출의 촉매제가 됐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가계대출은 5조1000억원, 9월 4조3000억원, 10월 6조4000억원 각각 늘었다. LTV·DTI가 완화된 8월 이래 3개월 동안 가계대출은 총 15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14조8000억원으로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3.75%에 달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조달규모는 23조 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조 3000억원 증가했다. 구성을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되는 장기차입금 규모가 전분기 11조 7000억원에서 3분기 18조 9000억원으로 7조원 급증했다.

가계의 지출이 기업으로 흘러들지 않아 기업은 매출부진의 영향으로 자금 부족 규모가 11조 9000억원으로 전분기(7조 1000억원) 보다 확대됐다. 기업의 자금 조달은 20조 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 5000억원 감소했고 자금운용 규모도 8조 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조 2000억원 줄었다.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1분기 6조 4000억원, 2분기 7조 1000억원, 3분기 11조 9000억원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에는 추석 상여금 지급 등이 임금에 포함돼 지출규모가 전분기 대비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투자 주체로 번 돈을 설비투자로 연결하기 때문에 항상 자금부족에 시달리지만 최근의 자금부족은 투자로 인한 선순환 보다는 설비투자 등이 위축된 결과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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