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위대한 생각]③뉴노멀시대 기업홍보 핵심은 '정체성 찾기'

김무연 기자I 2020.10.12 11:00:00

지성인 연합강연 : 뉴노멀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Q&A'
새로운 홍보 채널 모색보다 브랜드 정체성 확립必
능동적 소비자, 기업 팬덤으로 끌어들여야

김지현 SK 써니 부사장(왼쪽부터), 황보현 솔트룩스 최고창의력책임자,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신동민 주한글로벌기업대표자협회(GCCA) 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2020 이데일리 홍보포럼 by 위대한 생각’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은 변화에 직면했다.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 등 조직원들의 근무 환경은 물론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달 24일 기업체 홍보인을 대상으로 한 ‘위대한 생각’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 연합강연에선 변화와 위기를 실감한다는 듯 코로나19 이후의 변화상과 달라진 소통 방식에 대한 청중의 질문이 쏟아졌다.

가장 먼저 인공지능과 디지털 혁신(DT)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기업의 홍보담당자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최근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는 정책까지 등장한 상황인데 홍보 담당자들도 ‘파이썬’과 같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 뉴스 분석 툴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고충이 터져 나왔다.

김지현 SK써니 부사장은 “컴퓨터의 언어를 알면 프로그램 개발자와 논의하기도 쉬워지고 회사의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득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컴퓨터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다만 새로운 전자기기나 서비스가 나오면 그만큼 고객과의 접점이 다변화함으로 홍보 담당자들은 이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시장 동향을 살필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기업 홍보 활동에 필요한 언론사나 고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에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는 청중도 있었다.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대면 만남이 줄어드는 것은 곧 관계가 소원해짐을 뜻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황보현 솔트룩스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무엇보다도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황 CCO는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생각한다’, 애플은 ‘생각을 달리한다’는 브랜드 가치를 각각 적립했는데, 현대차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기업의 존재 이유를 확고하게 정립해야 한다. 어떤 채널과 방법으로 기업을 홍보할 것인지는 다음 문제”라고 짚었다.

한 홍보 담당자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찾아 정보를 습득하는 편향적 소비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은 이용자가 즐겨 찾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하고 관심이 덜한 콘텐츠는 노출 빈도를 낮춘다.

신동민 주한글로벌기업대표자협회(GCCA) 회장은 변화한 소비 환경에 대응하려면 ‘팬덤’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회장은 “기업이 원하는 정보를 특정 계층에게 주입하겠다는 것은 능동적인 소비 구조에서는 통하기가 어렵다”면서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 기업 철학을 내세우면 이에 동의하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과 상품 관련 정보를 확산시켜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 브랜드 제고를 위해 어떤 사회공헌활동을 해야하는지 묻는 청중도 있었다. 기업들은 복지관 봉사활동, 헌혈증기부 등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사회공헌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신 회장은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의 활동을 예로 들었다. 머크는 1년에 한 번씩 글로벌 지사의 모든 직원에게 사회공헌활동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받는다. 회사의 브랜드 가치 향상에 얼만큼 도움이 되는지, 인류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가 공모전의 주된 선발 기준이다.

올해는 인도네시아에 병원선을 공급하는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인도네시아에 병원선 수요가 절실했던 데다 머크의 ‘글로벌 제약사’ 이미지와도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사회공헌활동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행사는 머크 구성원에게는 일종이 축제로 여겨진다고 신 회장은 강조했다.

신 회장은 “기업이 진행하는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이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지는 고민해 볼 문제”라면서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기업의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해 구성원과 수혜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