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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만 22兆 이탈…무역전쟁에 주식 줄이는 美투자자들

이정훈 기자I 2018.07.27 09:12:30

올들어 주식형 550억달러 순유출…채권형 1300억달러↑
6월 주식형에서만 22조원 이탈…금융위기후 10년 최대
2년 국채금리 2.68%, S&P500배당수익률 1.9% 격차 확대
"무역전쟁 완화되고 중간선거 결과 나올 가을쯤 주식매수"

2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과 S&P500지수 배당수익률간 괴리가 차츰 더 벌어지고 있다. (그래픽=WSJ)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높아진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뉴욕증시를 떠나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펀드분석업체인 모닝스타 데이터를 인용, 지난 6월 한 달간 장기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형주를 주로 사담는 주식형펀드에서 2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순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10여년만에 가장 큰 월간 순유출 규모다. 규모는 줄었지만 7월에도 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은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수출품에 2000억달러에 대해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한 직후부터 나타난 것이지만, 미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자금 이동을 투자심리의 객관적 지표로 보긴 어렵다. 특히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개인들은 고점에서 매수하고 저점에서 매도하는 등 투자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경향도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시장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도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만큼 상당수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을 일부분 줄이거나 주식 신규 매수를 늦추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월가에서도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은 자사 고객들에게 주식에 대한 과도한 보유비중을 낮추는 대신 국채 매입을 더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제프 밀스 PNC파이낸셜 공동 수석 투자전략가는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주가가 상승하는 만큼 동시에 하락할 여지도 크다”며 “고객들이 균형있게 포지션을 유지하는지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문사인 러셀인베스트먼트도 지난달부터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낮췄다. 투자자들에게 주식 배분 비율을 낮추고 일정 부분을 미국 국채로 갈아타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상반기에만 미국 채권형펀드에 순유입된 자금규모만 13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에서는 550억달러가 빠져 나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상반기중 ETF를 비롯한 패시브펀드 수익률이 44%나 하락하면서 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장기보다는 단기 채권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꾸준히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탓에 2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2.686%까지 올라갔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평균 배당수익률은 1.9%에 머물러 두 수익률 차이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대로 벌어지고 있다. 브라이언 닉 누벤 수석 투자전략가는 “주식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리스크조정 수익률에 대비한 국채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할 상황도 아니다. 무역분쟁으로 인해 아시아와 유럽 증시가 상대적으로 더 불안한데다 미국 경제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에릭 누첸 뉘버거 버먼 멀티에셋클래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경제와 기업 이익이 다른 국가보다 훨씬 강한 만큼 미국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를 더 높이려고 한다”며 결국 무역전쟁이 완화되면서 미국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지고 중간선서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되면 다시 미국 주식에 투자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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