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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K발레' 알릴 수 있어 기뻤어요"

장병호 기자I 2023.06.27 15:24:23

'무용계 아카데미상' 받은 발레리나 강미선
국내 발레단 출신, 창작발레로 수상 쾌거
유니버설발레단 21년 근속한 "발레단의 기둥"
"부족함 채우고자 노력…후배들에 좋은 영향 주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시상식을 다녀온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상을 받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발레리나의 꿈을 가진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40)은 최우수 여성 무용 수상을 받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 23일 러시아에서 귀국해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테이블 앞에 놓인 트로피를 바라보는 수줍은 미소에서 수상의 기쁨이 그대로 전해졌다.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강미선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무용계 대표 시상식인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이 상을 받았다. 작품은 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 3월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창작발레 ‘코리안 이모션’ 중 유병헌 예술감독이 안무한 ‘미리내길’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가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은 건 강미선이 처음이다.

강미선은 “후보가 된 것 자체로 큰 영광이었고, 수상 여부를 떠나 한국 창작발레를 세계 무대에 알린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시상식에 참석했다”며 “큰 상을 받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현 국제무용연합) 러시아 본부에서 설립해 1992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시상식이다. 전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작품을 심사해 최고의 남녀 무용수, 안무가 등을 선정한다. 전 세계 무용계를 대표하는 의미에서 ‘무용계 아카데미상’, ‘무용계 노벨상’ 등으로 불린다. 무용수의 경우 초연 작품, 또는 처음으로 맡은 역할에만 이 상을 받을 수 있다.

강미선은 2002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 중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최장기 근속 무용수다. 21년 동안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강미선은 “해외 발레단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최고가 돼야 해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최고가 되기 위해 부족함을 채우며 오다 보니 어느새 21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문훈숙 단장은 강미선을 “유니버설발레단의 기둥”이라고 치켜세웠다. 문 단장은 “강미선은 군무부터 시작해 수석무용수까지 21년 동안 발레단과 함께하며 성장했다”라며 “어떤 작품도 믿고 맡길 수 있고, 번 맡은 작품에 대해선 책임을 온전히 해내는 무용수다”라고 강조했다.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강미선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국내 발레단 출신 무용수가 한국적 소재의 창작발레, 이른바 ‘K발레’로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국인 무용수 중에서는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김기민(2016년), 박세은(2018년) 등이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바 있다. 강수진, 김기민, 박세은은 해외 발레단에서 활동하면서 이 상을 받았다. 김주원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시절 고전발레 ‘해적’으로 이 상을 받았다.

심사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강미선은 중국국립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 추윤팅과 공동으로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지도위원은 “다른 후보들은 무용수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전막 발레로 후보에 올랐는데, 강미선은 6분 분량의 ‘미리내길’로 경쟁해야 했다”며 “6명의 후보 중 1차 투표를 통해 3명을 가렸고, 2차 투표에서 1표 차이로 강미선의 수상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강미선은 2013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러시아 출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결혼했다.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했다. 강미선은 “남편이 저 대신 아이를 봐야 해서 이번에 함께 러시아에 가지 못했는데, 다음엔 아이와 함께 러시아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육아와 발레를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지 않기 때문에 ‘워킹맘’으로 불리고는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문훈숙 단장(왼쪽부터), 강미선, 유지연 지도위원, 유병헌 예술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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