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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눈]신흥국으로 인정받으려면

박형수 기자I 2014.01.27 14:41:37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지난 주말 글로벌 증시가 휘청였다.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가장 큰 변수는 신흥국 통화 절하였다.

특히 아르헨티나 통화 페소의 가치는 지난 일주일 사이 달러화 대비 15.5% 절하됐다. 1달러 교환에 필요한 아르헨티나 페소(페소/달러)가 6.80페소에서 7.95페소가 됐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동안 각종 외환 규제와 페소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그러다 최근 외환보유고 급감으로 페소화 방어를 포기했고 페소화는 폭락했다.

작년 5월부터 신흥국의 환율 절하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곪았던 상처가 터진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자체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쉽지 않다. 이를테면 남미에 진출해 있는 남유럽 주요 은행들의 상황도 악화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스페인을 비롯해 해상 강국을 자처했던 국가들의 경우 자국 은행들의 남미에 대한 노출도가 높기 때문이다. 스페인 1, 2위 은행인 산탄데르와 BBVA(Banco Bilbao Vizcaya Argentaria SA)의 전체 매출액 대비 남미 비중은 40% 내외이며 자산 비중은 20% 수준이다. 남미의 문제가 남유럽 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계속 이런 문제가 터지니 골치가 아프다. 신흥 국가를 둘러싼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양적완화(QE) 축소가 문제의 본질은 아닌 듯하다. 신흥 시장에 대한 정확한 사전적 개념은 모호하다. 그래도 여러 의미를 종합해보면 시장 경제 체제를 지향하는 국가 중 성장과 정보 및 산업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곳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더 쉽게 요약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루는 곳의 모임이다.

신흥 시장이 “신흥”으로 남으려면 높은 성장률이 담보돼야 한다. 선진국 투자자들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신흥 시장에 그나마 돈을 넣는 이유는 높은 성장률 때문이다. 고위험-고수익이다.

하지만 지금은 높은 성장률 담보가 어려운 상태다. 선진국의 11월 산업생산지수는 전년대비 3.3% 상승했다. 신흥국은 3.9%다. 신흥국이 다소 높다. 하지만 문제는 그 차이다. 2000년 이후 최저다. 차의 평균은 4.4%p였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신흥국이라 불릴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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