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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박범계-김오수, 밤·휴일 안 가린 '깜짝 회동'…진짜 소통은 없었다?

남궁민관 기자I 2021.06.22 11:00:05

이달 1일 취임 김오수, 박범계 3주간 네 차례 만나
'갈등 일변도' 秋-尹과 다른 '소통 행보' 보였지만
親정권 물갈이 인사 물론 사실상 '검수완박'도 못 막아
'보여 주기' 넘어 '짜고 치냐' 의구심…檢 중간 간부 인사 대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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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취임한 김오수 검찰총장이 3주 만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총 네 차례 회동을 가지며, 그간 갈등으로 점철됐던 법무부와 검찰 간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두 사람 간 회동의 목적이었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조직 개편의 결과를 본다면 결국 이 역시 ‘보여 주기식’에 그쳤다는 검찰 안팎 불만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속된 말로 박 장관과 김 총장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의구심까지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예정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 결과에 더욱 이목이 쏠리는 양상이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秋-尹 때와는 다른 朴-金 소통 행보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장은 이달 1일 취임한 이후 박 장관과 공식적으로 총 네 번에 걸친 회동을 가지며 오랜 기간 이어온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 국면 해소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특히 박 장관과 김 총장은 평일 일과 시간이 끝난 저녁 시간이나 주말도 피하지 않는 ‘깜짝 회동’으로 소통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앞서 극단의 갈등 관계를 드러냈던 전임들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확연히 다른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김 총장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 2일 인사차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찾아 박 장관과 첫 회동을 가졌고, 이튿날인 3일 박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 협의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을 찾아 두 번째 회동을 했다. 당일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김 총장의 요청에 박 장관은 저녁 9시까지 만찬을 가지며 이날만 5시간여 회동을 가졌다. 이후에도 검찰 조직 개편안을 두고 ‘깜짝 회동’은 이어졌다. 지난 8일에도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4시간여 대화를 나눈 이들은 지난 20일 일요일임에도 1시간 반 가량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 간 이 같은 소통 행보는 확실히 법무부와 검찰 간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데에는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 시절 검찰 인사 때마다 불거졌던 ‘검찰총장 패싱’ 논란은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크게 불거지지 않았고, 이어진 검찰 조직개편안에서도 김 총장이 내놓은 일부 의견들이 반영되면서 ‘강대강’ 대치는 피했기 때문이다.

구색은 갖췄지만, 결국 朴 뜻대로?

다만 박 장관과 김 총장 간 회동의 목적이었던 검찰 인사 및 조직 개편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소통의 성과라고 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이 소통의 결과로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안에 반영해 준 사안들은 사실상 “양념 치기” 수준일 뿐, 방향성 자체는 모두 박 장관이 의도한 대로 됐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월성 원전 경제성 부당 평가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인천지검장으로,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 박찬호 제주지검장은 광주지검장으로 영전성 수평 이동을 하며 박 장관이 나름 ‘균형 잡기’에 고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사 직후 김 총장 역시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돼 다행”이라며 일각에서 흘러나온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직접 잠재우기도 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윤 전 총장 측근 배제 및 ‘친(親) 정권’ 검사 중용 기조는 예측과 다르지 않았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엔 박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참모였던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이동하는 등 현 정권에 우호적 검사들이 주요 요직에 배치된 반면, 윤 전 총장 징계를 비판했던 고검장들은 일제히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고 한동훈 검사장 역시 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 조직 개편안 역시 일부 김 총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가까웠다.

당초 법무부는 이번 조직 개편안에 지방검찰청 전담 부서를 제외한 일반 형사부의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 참사·방위사업)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담 부서가 없는 지검의 경우 형사부 가운데 말(末)부가 6대 범죄에 속하는 사건마다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또 지검 산하 지청은 검찰총장의 요청과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했다.

검찰 조직 개편 최종안에서는 지청의 법무부 장관 승인 내용도 제외했고, 지검에 고소장이 들어온 경제 사건에 대해선 일반 형사부도 직접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 김 총장의 일부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경제 사건을 제외한 6대 범죄에 대해 각 지검 및 지검 산하 지청의 일반 형사부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말부만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직접수사를 해야 하는 큰 틀은 유지된 셈이다.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보여주기식’ 비판 넘어 ‘짜고 치는 고스톱’?

이쯤되니 그간 박 장관과 김 총장 간 소통 행보는 사실상 ‘보여 주기식’ 아니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박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현 정권에 반하면 내쳐진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는데, 김 총장은 이를 두고 의견이 반영돼 다행이라고 말하니 그들의 소통이 사실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인사는 그렇다치더라도, 모든 검사에 수사권을 보장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을 위반할 여지가 있는 조직 개편안은 어느 것은 총장 의견을 들어주고 어느 것은 장관 뜻대로 하는 식의 ‘딜(거래)’을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이를 두고 다른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ABC 아니겠나”라며 소통 행보 자체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평가 절하한 뒤 “현 정권이 임명한 검찰총장이니 면을 세워 주기 위해 일부 반대 의견을 수용해 주되, 결과적으로 큰 그림은 모두 현 정권이 원하는 방향대로 했다”고 꼬집었다.

검찰 조직 개편안은 오는 29일 국무회의 상정·의결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직후 단행될 검찰 중간 간부 인사도 결국 박 장관의 의지대로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 “김 총장과 아주 구체적인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했다”며 재차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간 간부 전체 보직 중 대부분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있을 것 같다”며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예고해 현 정권 관련 사건 수사팀 교체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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