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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일' 홍남기는 어떻게 역대 2위 장수 경제부총리가 됐나?

한광범 기자I 2020.09.29 11:00:00

30일자로 재임 660일…코로나19 위기 속 존재감
추경·재난지원금 관련 여당과 불협화음 내기도
文·이낙연 신임…소신발언 넘는 당청 설득 필요

(그래픽= 이동훈 기자)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30일 역대 두 번째로 오래 재임한 기재부 장관에 이름을 올린다. 취임 초기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서 존재감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12월11일 취임한 홍 부총리는 오는 30일로 재임 660일을 맞이한다. MB정부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거세던 2009년 초 장관직에 오른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겸 경제부총리(2009.02 ~ 2011.02·842일)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자리를 지켰다. 박재완 장관(2011.06 ~ 2013.03)과 동률이다.

무색무취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홍 부총리 취임 당시만 해도 당·청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전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당·청과자주 불협화음을 내자 상대적으로 원만한 홍 부총리를 발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도 같은 배경이다.

홍남기는 ‘갈등최소형’

한 정부부처 간부는 “전임 김동연 전 부총리가 청와대·여당과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반해 홍 부총리는 갈등 최소화형이란 평가를 받는다”며 “취임 초기 기재부가 당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컸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본격화하자 경제팀 원톱으로서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하면서 당청의 무리한 요구에는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지난 3월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당청의 거센 확대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안을 관철했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 추경안에 불만을 표하며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홍 부총리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참모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나왔다)”며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 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라고 맞섰다.

지난 4월 1차 재난지원금 지원 범위에 대한 당정 간 이견으로 갈등은 극에 달했다. 기재부는 당초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대상을 70%로 확대했다. 하지만 여당에선 대상을 전 국민으로 해야하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홍 부총리는 여당의 강한 압박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설득에도 3주 가까이 70% 지급안을 고수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여당이 자발적 기부 방안을 내놓자 마지못해 전국민 지급안을 수용했다.

결과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대로 홍 부총리의 당시 버티기는 예산지출에 대한 기재부의 확실한 입장을 여당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당청의 압박에도 완강히 버팀으로서 국가 재정에 대한 기재부의 확고한 메시지를 여당에 전달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펑가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도를 제외하고는 당·청 인사 대부분이 선별 지급에 찬성한 것도 이같은 물밑작업(?)덕이라는 분석이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문재인 대통령 옆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홍 부총리는 향후에도 코로나19 속에서 재정건전성 관리와 재정역할을 해야 하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67조원 규모의 4차례 추경을 편성하며 재정건전성이 크게 나빠졌다.

경제위기로 수입이 줄어드는 와중에 경제위기 대응 예산이 증가하며 국가채무가 846조9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늘어난 국가채무만 106조1000억원에 달한다. 국가채무비율은 역대 최고인 43.9%로 급등했다.

정치권 포퓰리즘 막고 재정역할 수행 ‘숙제’

홍 부총리도 이 같은 재정상황을 고려해 정치권의 과도한 재정확대 요구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지속적으로 전 국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겐 “도지사로서 책임 있는 발언이 아니다”고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도 위기상황에의 어느 정도의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한다. 그는 지난달 27일 2021년도 예산안 브리핑 당시 “(위기상황에선) 국가채무가 악화되더라도 재정역할을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과 올해는 워낙 어려운 시기여서 한국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 선진국들이 이런 조치를 했다”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재정여력이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는 굳건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홍 부총리에 대해 “경제사령탑으로서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국무조정실장 시절 국무총리로서 1년 7개월 동안 보좌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엔 당과의 관계도 더욱 원만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홍 부총리의 부드러운 리더십에 대해선 기재부 안팎에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가 기재부 수장으로 소신 있는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2차 재난지원금 당시에도 여당의 ‘전 국민 지급안’과 ‘통신비 지급안’을 결과적으로 모두 수용한 것이 대표적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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