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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절차 위반 영상녹화물로는 진술조서 증거능력 인정 못해"

성주원 기자I 2022.07.07 12:00:00

"서면동의는 물론 모든 과정 녹화돼야 인정"
원심 법리오해, 판결엔 영향 없어…상고기각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피의자가 아닌 사람의 영상녹화물 진술조서는 서명 과정 녹화, 영상녹화에 대한 동의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갈·특수협박·협박·특수상해·특수폭행·상해 사건에서 폭력조직원이자 형제인 A씨와 B씨에 각각 징역 3년,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쟁점은 참고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해 절차상 하자가 있는 영상녹화물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피고인 A와 B는 충청남도 서산 일대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유흥접객원 알선 영업을 해왔다. 피고인들은 다른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영업수익 중 일정액을 달라고 요구해 수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들 피고인이 받은 돈이 12억여원에 달하며 모두 공갈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공갈 부분의 증거로 피해자 5명의 참고인 진술조서가 존재했지만 피고인들이 증거 부동의해 피해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피해자 C와 D는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자신의 진술조서에 대해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지 않거나 명시적인 진술을 하지 않았다. 또다른 피해자 E는 진술조서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조서에 서명날인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상태에서 제1심은 피해자 C, D, E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하는 상황에 관한 영상녹화물을 통해 이들 피해자의 진술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2심 역시 C, D, E의 진술조서 증거능력을 1심과 동일하게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 C, D, E에 대한 진술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해당 영상녹화물에는 경찰관이 진술자에게 영상녹화를 하겠다고 고지하는 장면, 그에 대해 진술자가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장면은 포함돼 있었지만 진술자들이 해당 조서를 열람하는 장면은 없었다.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의 규정 내용, 취지에 비춰보면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해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기 위해 영상녹화물의 조사를 신청하려면 영상녹화 시작 전에 동의를 받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 영상녹화 동의서가 첨부돼야 한다. 또한 조사 개시 시점부터 종료 후 참고인이 조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마치는 시점까지 전 과정이 영상녹화돼야 한다. 피해자 C, D, E에 대한 진술조서 관련 영상녹화물은 이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으며, 원심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사전에 피해자들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지 않고 조사 전 과정이 녹화되지 않은 영상녹화물에 의해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구체적인 법리가 최초 판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C, D, E에 대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은 부정됐지만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피고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공갈 범행은 인정됐다”며 “원심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봐 대법원이 상고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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