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가 보이네요. 이제 곧 캠프에 도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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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엘컴텍(037950)의 몽골 현지 금광개발 자회사 AGM마이닝의 토롬콘 캠프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직선거리 700킬로미터, 차도로 980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다. 초원과 사막을 지나는 비포장길을 쉬지않고 꼬박 18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총 10명으로 구성된(기자 2명, 애널리스트 1명, 펀드매니저 3명, 소액주주 2명, 주거래은행 1명, 기타 금융권 1명) 금광 탐방단은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 6월28일부터 7월5일까지의 일정으로 몽골을 다녀왔다.
토롬콘은 몽골의 행정구역상으론 우문고비 아이막의 달란자드가드 솜에 속해 있다. 아이막은 우리로 치면 `도`, 솜은 `시`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이다. `대고비 사막`이란 의미의 이곳 우문고비에 AGM마이닝의 `3614X` 금광 광구가 위치해 있다. AGM마이닝은 인접해 있는 `3615X`, `7305X` 광구를 포함해 가로 30킬로미터, 세로 13킬로미터에 이르는 알탄 울(Altan Uul) 지역의 금광을 탐사 중이다. 알탄 울은 몽골어로 `금산`이란 뜻으로, 여의도 면적의 46배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이다.
◇토롬콘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원량`→`매장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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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7월1일) 아침 일찍 현장 책임을 맡고 있는 심부섭 이사의 브리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됐다.
토롬콘 프로젝트의 핵심은 AGM마이닝이 탐사권을 이전 받기 전에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자원량`을, 정밀한 탐사를 통해 `매장량`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3614X 광구 내 가로 900미터, 세로 600미터 넓이의 지역에 50미터 간격으로 총 106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내부에 묻혀있는 금의 양을 추정하는 정밀탐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쉽게 말해 색색으로 구성된 고무 찰흙 뭉치에 빨대 모양의 송곳을 꽂아 구멍을 낸 뒤, 뽑혀 나오는 찰흙을 통해 찰흙 덩이 내부의 금색 찰흙이 어디쯤, 얼마만큼의 두께로 위치해 있는가를 알아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추정`을 더욱 정교하게 하기 위해 송곳을 일정한 간격으로 서로 겹치도록 비스듬히 기울여 꽂아 넣는 게 포인트다.
AGM마이닝은 이를 위해 탐사팀과 경비 등으로 구성된 총 35명의 직원을 현장에 상주시키며 관련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구멍을 뚫어 암석의 샘플을 채취하는 시추 작업은 가야E&C라는 한국의 시추업체가, 이 샘플을 분석해 금의 유무와 매장 위치 등을 확인하는 역할은 호주의 마이크로마이닝(MMC)이 나눠 맡고 있다.
특히 MMC는 토롬콘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과 함께 이 결과물에 `권위`를 부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1월 한성엘컴텍이 이 지역에 약 9톤 가량의 금이 묻혀있다고 공시한 것도 기존에 다른 업체의 의해 탐사된 정보를 바탕으로 MMC가 작성한 1차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탐사 결과 따라 매장량 17톤으로 늘어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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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밀 탐사 결과에 따라 토롬콘 지역의 금 매장량이 31만8000온스(9톤)에서 60만온스(16.8톤)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도 말했다.
현재 미국지질광산국(USGS)이 추정하고 있는 금의 전 세계 가채매장량은 9만톤 가량이다. 몽골 정부는 이에 대해 자국에만 12만톤이 묻혀있다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최근 몽골에서 금을 비롯한 자원개발 붐이 일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토롬콘을 향해 차를 달린 이튿날 오후에 만난 100명 가량의 초원의 `닌자`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방증했다.
`닌자`는 사금을 캐는 몽골 현지인들을 이르는 말이다. 두건을 두르고 등에 사금을 거를 때 쓰는 소쿠리를 멘 모습이 `닌자거북이`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들 닌자 중 한 사람은 "하루에 많을 때는 10만투그릭(한화 약 8만3000원)을 번다"고 했다. 1200투그릭이 1000원 정도에 해당하고 몽골의 한 달 평균 임금이 15만투그릭(12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 일교차가 큰 몽골은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터라 5월부터 9월까지만 사금을 채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적은 액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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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의 지질학자와 자기측량을 담당한 몽골인 책임자의 브리핑까지 마친 뒤 탐방단은 인근의 시추작업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이동했다. AGM마이닝은 현재 가야E&C와 함께 토롬콘 일대에 5대의 시추기를 설치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추기 반입만 정상적이면 일정에 차질 없을 것"
현장 책임자이자 채광팀장을 맡고 있는 심 이사는 "시추공 하나당 시추에 일주일, 로깅과 컷팅에 이틀, 샘플 분석 의뢰에 2주가 걸린다"며 "결국 시추공 하나당 한 달이 걸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심 이사는 이날 현재 6개 샘플에 대한 MMC의 분석 결과를 얻었고 15개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악화되는 오는 9월 전까지 총 106개의 시추공에 대한 작업을 끝내는 것이 계획이다.
심 이사는 "현재 5대인 시추기를 오는 7월말까지 단계적으로 8대로 늘릴 생각"이라며 "몽골-중국 경계지역인 쟈민우드 등에서 시추기 반입이 정상적으로만 이뤄지면 예정된 일정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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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이사는 "이건 36번 시추공에서 뽑아낸 127미터 부분의 코어(암석)"라며 "석영맥과 변성대가 육안으로 보이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석영맥은 석영으로 이뤄진 암맥이 마그마의 온도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액체로 변했다가 다시 응고해 생긴 것으로, 황화물과 금, 은 등을 함유한 광맥을 이룬다. 금광이 되려면 반드시 그곳에 석영맥이 있어야 한다.
AGM마이닝은 이렇게 뽑아낸 암석 샘플을 반으로 갈라 한쪽을 울란바토르에 있는 MMC의 연구소로 보낸다. 남은 반쪽 샘플은 자체 분석을 실시해 연구소측 결과와 비교, 혹시모를 오류를 짚어내는 데 이용한다.
◇내년 8월부터 채광·선광 가능할 듯
탐방단은 이날 오후 7305X 광구의 `타무갓` 캠프를 둘러보는 것으로 현장 답사를 마무리 지었다. `금산` 알탄 울을 사이에 두고 서쪽 끝의 토롬콘과 동쪽 끝의 타무갓 캠프는 자동차로 2시간 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아직은 `닌자`들을 쫓아내기 위한 경비대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적한 모습이었지만, 회사측은 내년에 이 지역에 대한 탐사와 측량에 들어가게 되면 AGM마이닝의 금광 개발 사업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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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은 오는 9월까지 토롬콘 지역에 대한 정밀탐사를 완료한 뒤 몽골 정부에 이 보고서를 제출해 자원량을 매장량으로 바꾸고, 탐사권이 아닌 개발권을 승인 받을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8월부터 채광과 선광이 가능하다.
AGM마이닝이 설립된 건 지난해 11월이다. 한성엘컴텍이 300만달러를 출자한 100% 자회사로, 이후 400만달러를 추가해 현재 자본금 700만달러 규모다. 한성그룹의 자원개발 사업은 주종익 부사장을 필두로 해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월부터 3개 광구에 대한 탐사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금광 관련 사업이 시작됐고, 지난 2월 IR을 통해 관련 사업의 일부가 공개됐다. 회사측은 내년 3분기부터 실질적인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탐사를 시작한 2년 반 만에 최초의 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자원개발 대폭 허용한 현 집권당 `부정선거`..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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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사태 사흘째 저녁, 다시 찾은 울란바토르는 수도에 어울리는 분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몽골 최대 축제 `나담` 이전 무장봉기설이 도는 등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향후 전망을 가늠키는 어려웠다.
외국인에게 자원 개발을 대폭 허용한 현 집권당의 부정선거가 한성엘컴텍을 비롯한 외국계 자원개발업체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바다 건너 먼 이국땅의 자원개발사업에선 실제 그곳에 금이 묻혀 있고 없고의 문제만이 아닌 다른 변수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사막의 일교차 만큼이나 극과 극을 달리는 몽골의 정치사회적 환경이 지금으로선 한성엘컴텍의 금광 사업에 있어 도드라진 변수로 보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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