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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계약해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받아 빼돌린 2030 일당 실형

김범준 기자I 2023.04.21 14:07:17

서울서부지법, 특경가법 사기 A씨 징역 6년
알선·임대·임차인 공모자 11명 벌금~징역형
정부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허점 노려
100여명 모아 허위 임대차…70억원 대출 편취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정부의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지원’ 대상자를 모집해 허위 임대차 계약으로 은행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대출금을 빼돌린 20~30대 일당이 징역과 벌금 등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 14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위반 사기와 사기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A(29)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주요 공모자 B(22)씨와 C(33)씨에게는 각각 징역 5년6개월과 3년을 선고했다.

허위 대출 임차인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D(33)씨, E(30)씨, F(25)씨, G(33)씨, H(21)씨, I(27)씨는 각 벌금 500만원을, 임대인 L(56)씨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중간에서 임차인과 임대인을 연결해주고 소개비를 챙긴 J(27)씨는 징역 3년6개월, K(66)씨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1월 정부 지원 대출 상품인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 비대면 서류 심사만으로 대출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이용, 허위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해 마치 전세계약이 체결된 것처럼 꾸며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빼돌리기로 공모했다.

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으로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의 만 19~34세 무주택·무소득 청년 가구를 대상으로 시중은행에서 특별한 담보 없이 시중 금리보다 낮은 저금리로 최대 1억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3월 A씨는 C씨에게 대출 명의자를 모집하라는 제안을 했고, C씨는 자신의 지인인 D·E·F·G·H·I씨를 A에게 소개하고 소개비 명목으로 건당 1000만원을 챙겼다. A씨의 지시에 따라 D씨는 인천 부평구에서, E씨와 F씨는 경기 파주시, G씨는 경기 안산시, H씨는 인천시 미추홀구, I씨는 인천시 서구에서 각각 자신을 임차인으로 하는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계약금 영수증을 교부받았다. 이후 세무서에서 소득금액증명 서류를 발급받아 금융기관에 청년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해 임대인 계좌로 각각 1억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해당 전세계약은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닌 전세자금 대출을 목적으로 한 허위의 전세 계약이었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금을 지급한 사실도 없어 계약금 영수증 역시 허위로 작성된 서류였다. A씨와 B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 ‘무갭투자자’ 모집글을 올려 함께 범행을 공모할 임대 명의인들을 모집했다.

또 이들과 모의한 J씨와 K씨는 중간에서 허위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집해 은행으로부터 각각 총 6억원과 7억원의 대출을 받도록 연결해주고 소개비를 챙겼다. 특히 K씨는 인천 동구 지역 임대인 L씨에게 “소유하고 있는 빌라에 대해 전세계약을 체결하면 1건당 500만원을 지급해주겠다”고 꾀어 허위 전세계약 범행에 가담시키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C씨는 지난해 4월까지 총 7명을 모집해 7억원을, B씨는 5월까지 총 48명을 모집해 30회에 걸쳐 30억원을, A씨는 8월까지 총 50명을 모집해 31회에 걸쳐 31억원을 각각 송금받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허위의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무주택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실행되는 전세자금을 편취한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피해를 넘어 궁극적으로 전세자금 대출 및 보증제도의 위축을 가져와 국민의 주거 안정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어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위 임대인과 임차인의 모집, 전세자금 대출의 신청과 대출금의 수령, 분배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범행이 다수의 공모에 의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루어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전체 피해액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이고 다수의 공범들이 편취액을 나눠 가진 상황에서, 피해자인 금융기관들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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