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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금통위원이 말하는 금리인상이 바람직하지 않은 3가지 이유

최정희 기자I 2021.11.12 14:30:00

한국경제학회, 통화정책 쟁점 세미나
신인석 중앙대 교수·강현주 자본연 연구위원 발표
①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GDP갭' 플러스 전환은 의미 없어
②명목중립금리 제로 근접, 외려 기대인플레 키울 고민해야
③가계부채 증가, 전세보증대출 때문…금리 인상으로 못 잡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작년 ‘제2회 글로벌대체투자컨퍼런스(GAIC2020)’에 참석한 신인석 중앙대 교수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전 금통위원이자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됐던 신인석 중앙대 교수가 12일 한국경제학회 세미나에 참석해 금리 인상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 세 가지를 제시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 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간 차이)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것을 금리 인상 근거로 삼기 어렵고 명목중립금리가 제로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어 금리 정책 여력을 높이려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 자산가격 상승을 잡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① 잠재성장률 하락에 의한 GDP갭 플러스 전환, 금리 인상 근거 못돼

신인석 교수와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경제학회 주최 ‘최근 거시경제 상황 평가 및 통화정책의 쟁점’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통화정책 기조 변경에 대한 평가와 쟁점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주로 금리 인상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시했다.

신 교수는 “GDP갭이 올 4분기 0에 근접하다 내년 플러스로 전환되고 올해 물가상승률도 한은 목표(2.0%)를 상회할 것”이라며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기조적 수준에 비해 완화적인 만큼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축소할 타당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돼 실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아진다고 해도 그 원인이 잠재성장률 하락에 의한 것이라면 금리 인상의 근거로 제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내년 GDP갭이 플러스로 변동하는 것은 잠재성장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GDP갭 변동의 주요 요인이 경기순환이 아니라 잠재성장률 하락에 있다면 이를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선 오류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GDP갭보단 물가 동향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② 물가 오른다고?…명목중립금리 하락에 주목하면 ‘기대인플레’ 높여야

올해 물가상승률이 9년만에 목표치 2%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나 신 교수는 수 년간 2%를 하회했던 만큼 현재의 물가상승률을 ‘중위 수준(median)’으로 내다봤다. 또 에너지·식료품 등 주로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이지, 수요측 상승 압력은 낮게 평가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명목중립금리가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제로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금리 정책에 여력이 사라질 가능성이다. 금리 정책의 여력 확보를 위해선 오히려 기대인플레이션을 어떻게 높일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명목중립금리는 최근 1% 중반 수준으로 하락했고 추세인플레이션율도 1% 중반 수준이라 실질중립금리는 0% 내외로 추정된다. 신 교수는 “실질중립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없고 추세인플레이션도 변동이 없어 명목중립금리의 제로 하한 근접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통화정책 논의의 최대 쟁점으로 주목되는 ‘명목중립금리의 제로 하한 근접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명목중립금리가 0% 부근이라고 하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있어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택하지 않는 한, 인하 여력이 없다”며 “명목중립금리를 제로 하한에서 멀어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대인플레이션, 즉 추세인플레이션을 충분히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2% 물가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 목표 달성 여부를 ‘중기 평균 물가상승률’로 하겠다고 공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명목중립금리 제로 하한 근접과 추세 인플레이션 제고 과제가 주요국 통화정책 당국이 추구해야 할 핵심과제인데 우리나라에선 주목받지 않고 있다”며 “한은 전망대로 내년 물가상승률이 1.5%라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를 상회하는 현상이 올해 일시적이라는 게 상황인식일 텐데 물가상승률의 지속적인 목표 하회가 우리나라에서 경시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③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 못 잡아..‘성장률’ 희생비용 커

한은 금리 인상의 가장 큰 이유로는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가격 급등이 거론됐는데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긴 어렵다는 게 신 교수의 주장이다.

신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전세자금대출 공적 보증 확대였다”고 평가했다. 2017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액은 47조5000억원에서 올 6월 119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40.6%에 달하는 규모다. ‘공적 보증’은 금리 변동에 둔감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했을 때 경제성장률 하락이란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런 희생비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하고 주택 가격 상승률은 0.25%포인트 둔화된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성장률 둔화 대비 주택 가격 하락 비율은 2.5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3.1~5.4에 비해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희생비율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주택가격 상승률을 7%포인트 낮추려고 하면 우리나라는 성장률 2.8%포인트 하락을 감수해야 하고 미국 등 선진국은 2.3~1.3%포인트 하락만 감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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