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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최측근, 리투아니아서 망치 피습…“최루가스 뿌리고 공격”

이재은 기자I 2024.03.13 10:37:16

“차 창문 깨고 최루가스 뿌린 뒤 망치 공격”
리투아니아 외교장관 “가해자들 책임 져야”
볼코프, 피습 전 러시아 독립 언론 인터뷰서
“나발니팀의 위험은 모두 죽을 수 있단 것”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달 숨진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최측근인 레오니드 볼코프가 리투아니아 자택 인근에서 흉기로 습격을 당했다.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자택 인근에서 피습을 당한 레오니드 볼코프. (사진=AP통신)
12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나발니의 언론 담당관이었던 키라 야르미쉬는 볼코프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있는 자택 인근에서 망치로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야르미쉬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볼코프가 방금 그의 집 밖에서 공격받았다. 누군가가 차 창문을 깨고 그의 눈에 최루가스를 뿌린 뒤 망치로 때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볼코프는 지금 집에 있고 경찰과 구급차가 그에게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발니가 창설한 ‘반부패 재단’(FBK) 이사인 이반 즈다노프도 볼코프가 이날 “집 근처”에서 공격받았으며 “그들은 망치로 다리와 팔을 때렸다”고 전했다. 나발니의 팀은 볼코프가 들것에 누운 채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 등도 엑스에 공유했다.

볼코프의 아내가 이날 엑스에 공유한 사진에는 볼코프의 오른쪽 정강이 뒤편에 피가 묻어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피는 볼코프의 바지와 양말에도 번져 있는 상태였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볼코프의 오른쪽 이마가 붉게 변해 있는 모습이, 세 번째 사진에는 운전석 쪽 손잡이가 찌그러져 있는 차량 외관도 담겼다.

리투아니아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께 한 러시아 국적의 남성이 집 밖에서 구타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13일 오전에 발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장관은 자신의 엑스에 볼코프에 대한 공격은 “충격적”이라며 “가해자들은 범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코프는 나발니의 선거 캠페인을 담당했던 인물로 러시아 당국의 압박을 받아 몇 년 전부터 국외에서 거주해오고 있다고 AP 통신은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FBK 의장을 맡았으며 나발니 사망 이후에는 대선 당일 투표소에서 반정부 시위를 하자는 나발니의 생전 아이디어를 공유한 바 있다.

볼코프는 지난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15~17일 진행되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대한 비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인 대중적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서커스’에 불과하다며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절망감을 퍼뜨리기 위한 선전 활동”이라고 했다.

볼코프는 피습 몇 시간 전 러시아 독립 언론인 메두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발니 팀의 가장 큰 위험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우리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볼코프 등 FBK의 이사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탈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리투아니아 등지에서 거주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평가되는 나발니는 30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달 16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급사했다. 교도소에 수용된 지 3년여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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