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간 2% 오른 물가, 국민지원금+공공요금이 변수(종합)

이명철 기자I 2021.10.06 10:43:58

9월 소비자물가, 전년대비 2.5% 올라…6개월째 2%대
농축수산물·석유류서 외식·가공식품 등 전방위 오름세 확산
물가당국 전망치 상회 우려…홍남기 “공공요금 동결할 것”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공지유 기자]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벌써 연간으로 2%대 상승폭에 도달했다. 그동안 농축산물·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상승세 위주였다면 이제는 개인서비스 같은 수요쪽 상승 압력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 한 대형마트 유제품 판매대에서 시민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가당국의 연간 목표치 달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된 가운데 4분기 물가 흐름이 관건이다. 지난해 4분기 기저효과와 농축산물 등 가격 안정세 등 하방 요인이 존재하지만 국민지원금 같은 소비 진작책과 공공요금 인상 등이 상승 압력을 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밥상서 시작한 물가 부담, 기름값·집세 등 퍼져

6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5% 오르면서 6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 6개월째 2%대 상승세는 2009년 8월~2012년 6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올해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분기 기준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높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9% 올라 2016년 4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같은 기간 1.5% 올라 2017년 10월 1.6%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이전까지만 해도 농축수산물, 석유류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전방위로 오름세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2%대 물가 상승세를 시작한 4월(2.3%)만 해도 농축수산물 물가 기여도는 1.04%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서비스는 0.70%포인트에 그쳤다. 지난달에는 농축수산물 상승폭이 3.4%로 둔화하면서 기여도도 0.33%포인트까지 낮아진 반면 서비스 기여도는 1.06%포인트까지 올라갔다. 서비스 중 외식 등 개인서비스의 경우 2.7% 올라 지난달 물가 상승폭에 0.89%포인트 비중을 차지했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공업제품이 3.4% 오르면서 물가 기여도는 1.09%포인트에 달했다. 석유류가 22.0% 올랐고 원재료 인상 영향으로 가공식품도 2.5% 상승했다.

임대차 3법과 주택값 상승 영향으로 임대차 부담도 커졌다. 집세는 1년 전보다 1.7% 올랐다. 전세는 2.4%, 월세는 0.9% 올라 각각 2017년 11월, 2014년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달걀이 전년동월대비 43.4% 뛰어다. 상추(35.3%), 경유(23.8%), 휘발유(21.0%), 돼지고기(16.4%), 소고기(7.7%) 등은 물론 보험서비스료(9.6%), 국제항공료(8.8%) 등도 크게 올랐다. 밥상물가에서 시작한 부담이 기름값 등 생활 전반으로 퍼지는 것이다.

“물가 상승 압력 여전…이미 인플레 진행 중”

지난달까지 누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이미 정부 목표치인 1.8%를 넘었다. 한국은행은 물가 전망치를 2.1%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국정감사에 출석해 “연간 1.8% 달성이 쉽지 않겠고 2% 전후 수준으로 (전망하는 것이) 차선이 아닐까 한다”며 2%대 상승세를 기정사실화했다.

지난해 기저효과와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 둔화 등은 남은 4분기 물가 하방 요인이지만 약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국민지원금과 이달부터 시행한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등 수요 측면 상승 압력도 크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0월 전기요금 인상이 예정됐고 (작년 10월) 통신비 지원 효과가 소멸되는 등 공공서비스 가격 상승 요인이 있다”며 “농축수산물 오름세 둔화 등이 하방 요인이지만 상승 요인이 더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발표된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공요금의 경우 이미 한국전력이 KwH당 3원을 인상한데 이어 도시가스·버스·택시·상하수도 등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 부총리는 국감에서 “물가가 상당히 높게 형성됐기 때문에 하반기 다른 공공요금은 동결하겠다”고 단언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스요금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을 배제하지 않겠단 입장이어서 불확실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과 맞물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가 계속되는 만큼 적절한 정책 대응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올초까지는 식료품 가격 상승 정도였는데 지금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보면 사실상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며 “하반기 추가 상승 압력이 있어 2%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앙은행에서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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