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신창리 해역서 中 중세 무역선 대형 닻돌 나왔다

김은비 기자I 2020.11.24 09:58:06

지금까지 발견된 송대 닻돌 중 최대규모
"난판된 선박의 규모 추정해 볼 수 있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국립제주박물관은 공동으로 실시한 제주 신창리 해역 수중발굴조사에서 중국 도자기, 동전과 함께 3.1m짜리 대형 닻돌(나무로 만든 닻을 물속에 가라앉히기 위해 매다는 돌) 1점이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제주 신창리 해역 수중유적은 중국 남송(1127~1279)대 도자기가 다량 발견되고 있는 곳으로, 과거 중국 무역선이 난파되면서 형성된 유적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발굴된 닻돌은 두 조각으로 쪼개져 발견됐다. 전체적으로 긴 마름모꼴로 중앙부가 두툼하고 양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이다. 모든 면을 편평하게 다듬었는데, 자연석의 일부만을 다듬어 사용한 우리나라 전통 닻돌과는 차이를 보인다. 닻돌 중앙부에는 닻채(닻의 자루가 되는 긴 부분)와 맞닿는 부분에 22cm의 얕은 홈이 가공돼 있다. 고정못을 설치하기 위한 폭 7cm 가량의 홈도 확인된다.

이런 형태의 닻돌은 중국 송·원대에 유행하던 것이다. 중국 닻돌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사례로는 태안 마도 해역에서 3점,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에서 1점이 있다. 이 닻돌들은 길이 175cm 내외, 두께 11~13cm, 무게 100~130kg 정도다. 이번 신창리 해역에서 발견된 닻돌은 전체 길이 310cm, 중심부 폭 36cm, 중심부 두께 29cm, 무게 586kg으로 크기와 무게가 기존 닻돌에 비해 매우 크고 무겁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송대 닻돌 중 중국 광둥성 양장시 앞바다에서 발견된 난하이(南海) 1호의 닻돌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하이1호는 2007년 인양된 송대 무역선으로 잔존길이 22.1m, 잔존 폭9.35m이며, 선체 내부에서 18만여 점의 유물이 확인됐다. 이 닻돌은 길이 310cm, 무게 420kg로 신창리 해역에서 발견된 것과 길이와 형태는 비슷하나 무게는 신창리 것이 약 1.4배 무겁다. 이를 통해 신창리 해역에서 난파된 선박의 규모를 간접적으로나마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닻돌과 함께 중국 동전도 확인됐다. 발견된 동전은 경덕원보( 1004~1007년 주조), 희령원보(1068~1077년), 선화통보( 1119~1125년)로 모두 북송(北宋)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동전들 중 경덕원보는 고려 시대 제주도의 대표적 사찰인 수정사 터에서 중국 도자기와 함께 발견된 사례가 있다. 희령원보는 제주 고내리 유적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2차 발굴조사에서 대형 중국 닻돌과 중국 송대의 동전까지 발견돼 신창리 해역 수중유적의 성격을 규명하는 중요 자료들을 추가 확보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 신창리 수중유적은 1983년 금제 장신구가 발견되면서 처음 존재가 알려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진행된 정식 발굴조사에서 중국 남송대 저장성 룽취안 요에서 생산된 다량의 도자기와 상인이 직접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장 2점을 확인한 바 있다.

제주 신창리 해안서 닻돌 인양 모습(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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