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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 아카데미상,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아시나요?[알쓸공소]

장병호 기자I 2023.06.16 14:00:27

올해 31주년 맞은 전 세계 발레계 대표 시상식
매년 세계 정상급 발레단 작품 심사해 수상자 선정
역대 한국인 수상자 4명…강수진·김주원·김기민·박세은
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 5년 만의 韓 무용수 수상 기대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발레 팬들이 반가워할 소식이 이번 주 들려왔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2023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우수 여성 무용수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인데요.

‘2023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 후보에 오른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일반인이라면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겠습니다. 러시아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는 시상식인데요. 전 세계 발레계를 대표하는 시상식이라는 의미에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 ‘무용계의 노벨상’ 등의 수식어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현 국제무용연합) 러시아 본부에서 설립해 이듬해인 1992년부터 매년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작품을 심사해 최고의 남녀 무용수, 안무가, 작곡가 등을 선정하는 시상식입니다. 올해로 31주년을 맞이하는데요.

국내에선 ‘브누아 드 라 당스’가 ‘춤의 영예’ 등으로 번역되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는 정확한 의미는 아니라고 합니다. ‘브누아’는 유럽의 유명한 예술가 가문의 이름이라고 하네요. 브누아 가문이 후원하고 있는 시상식이기도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출신의 발레 무용수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를 기리기 위해 시상식을 제정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역시 ‘브누아 드 라 당스’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입니다.

한국 무용수들 중에서는 그 동안 4명이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습니다. 첫 주인공은 현재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발레리나 강수진입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무용수로 활약하던 1999년, 한국 무용수 최초이자 동양인 여성 무용수 최초로 후보로 올라 상까지 받았습니다.

7년 뒤인 2006년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던 발레리나 김주원이 같은 상을 받았고요. 그리고 현재 세계 발레계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두 명의 무용수가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박세은입니다. 김기민은 2016년, 박세은은 2018년 최우수 남성 무용수와 최우수 여성 무용수 부문을 각각 받았습니다. 발레리노 중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한국인 무용수는 아직까지 김기민이 유일합니다.

올해 최우수 여성 무용수 후보에 오른 강미선은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21년째 현역으로 활동 중인, 한국 발레 역사상 최장기 근속 기록을 지닌 무용수입니다. ‘백조의 호수’ ‘지젤’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오네긴’ ‘로미오와 줄리엣’ 등 전막 발레,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창작 레퍼토리 ‘심청’ ‘춘향’의 주역으로 활약했고요. 이어리 킬리안의 ‘프티 모르’, 나초 두아토의 ‘멀티 플리시티’ ‘두엔데’, 레이몬도 레벡의 ‘화이트 슬립’ 등 모던발레까지 섭렵한 명실상부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발레리나입니다. 강미선은 오는 20~21일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리는 시상식 참석은 물론이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함께 ‘미리내길’, ‘춘향’의 해후 파드되를 갈라 콘서트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네요.

올해 최우수 여성 무용수 후보는 강미선을 포함해 총 6명입니다. 그 중에는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이름도 있는데요.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도로테 질베르입니다. 지난 3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있었던 파리 오페라 발레의 30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지젤’로 한국 관객과 만난 바 있습니다. 이들 외에도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엘리자베타 코코레바,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메이 나가히사, 중국 국립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 치우 윈팅(Qiu Yunting),카자흐스탄 오페라 발레 솔리스트 말치카 엘치바예바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2번이나 수상한 ‘살아있는 발레계의 전설’로 국내 발레 팬들에게도 친숙한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심사위원장을 맡습니다. 또한 마린스키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으로 현재 유니버설발레단 지도위원 겸 성신여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유지연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5년 만에 또 한 번 한국인 무용수가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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