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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은 시작일 뿐'…헌재로 시선 향한 104만 촛불

이성기 기자I 2016.12.10 22:03:02

영하권 날씨에도 전국 100만 촛불 열기 여전
헌법재판소 앞 '탄핵 인용하라' 함성도
재치 넘치는 풍자 패러디 여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튿날인 10일 오후 열린 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 효자동에서 불꽃을 쏘아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고준혁 유태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도 광장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광장의 촛불은 100만을 넘어섰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시민 혁명’ ‘주권자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가 남았지만 그 전에 박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광화문에 집결한 시민들은 청와대 행진 도중 헌재 앞에서 ‘탄핵을 인용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7차 촛불집회에도 전국 100만 이상 촛불 운집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7차 주말 촛불집회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에는 주최 측 추산 80만명 등 전국에서 총 104만명이 모였다. 사상 최다 인원(232만명)이 운집한 지난 6차 촛불집회 보다는 규모가 줄었지만 영하권의 날씨와 탄핵안 가결 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촛불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1차 행진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청운동길과 효자동길, 삼청동길 등 3개 방향으로 나뉘는 ‘청와대 포위’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불과 100m 떨어진 효자 치안센터 앞에 모여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기춘을 구속하라’ ‘우병우를 체포하라’와 같은 구호도 등장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본 집회는 가수 권진원·이은미씨, 평화의 나무 등의 공연이 어우러진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 무대를 연 권진원씨는 “우리는 역사의 고비고비를 잘 넘어왔고 이번에도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것”이라고 응원했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씨는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시민혁명’이라 부르면서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은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계신 여러분”이라며 ‘국민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내려와라’라는 구호를 시민들과 함께 외쳤다. 오후 7시에는 1분 소등 퍼포먼스, 경적 울리기 행사 역시 빠지지 않고 열렸다.

평택에서 왔다는 이수진(17)양은 자유발언에서 “그동안 시험기간에 집도 멀어서 참여를 못해 죄송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 양은 “꼭두각시 박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해서 부패한 세상이 처음부터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21대 총선 때엔 투표권이 생기는데 그때까지 지켜보겠다. 평등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본 행사가 끝나고 오후 7시 40분쯤 사전 신고된 6개 경로로 종로, 을지로 등 도심 주요 구간을 지나 청와대 주변을 에워싸는 2차 행진이 진행됐다. 행진 도중 헌법재판소 인근에 도착한 일부 행렬은 ‘국민의 명령이다, 탄핵을 인용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20여 분간 함성을 지르고 ‘하야가’등 노래도 합창했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도착한 시민들은 청와대를 향해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석미령(28)씨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계속 집회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십만 수백만의 시민들이 광장에서 끊임 없이 즉각 퇴진을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 설계사 김지원(26)씨도 “박 대통령에게 시민들이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계의 사전행사도 곳곳에서 열렸다.

농기계 상경투쟁을 시도하다 경찰에 가로막힌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봉준투쟁단’은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세종로까지 행진한 뒤 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과 그 일당을 구속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고 ‘대통령의 7시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은 구명조끼 304개가 놓였다.

서울 광화문광장 바닥에 붙은 탄핵안 반대 친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의 사진이 시민들의 발에 밟혀 훼손돼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박하(박근혜 하야)사탕·철창 갇힌 대통령 등 패러디 봇물

이번 집회에도 기발한 풍자와 해학이 넘쳐났다. 집회 현장에 ‘박하(박근혜 하야)사탕’을 나눠주는 푸드트럭이 등장했고 꽃 스티커로 물들었던 경찰 차벽은 박 대통령이 철창에 갇힌 모습의 그림과 ‘이러려고 의경했나’ 등의 글귀가 적힌 풍자 스티커 등으로 도배됐다.

LED 촛불에 이어 LED 횃불을 들고 거리를 걷는 시민들도 보였다. 한 시민은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의 인형탈을 쓴 채 행진 대열에 참여했다.

탄핵안에 끝까지 반대한 친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의 사진은 광화문 광장 바닥에 붙여져 시민들의 발에 밟히는 신세가 됐다. 탄핵 가결이 끝이 아니므로 계속 지켜보겠다는 의미를 담은 ‘끝까지 지켜볼 거다’고 적힌 눈동자를 그린 캔버스도 등장했다.

한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수십명은 이날 청와대 앞 100m 지점까지 진출하려다 시민들의 반발에 밀려 철수하기도 했다. 박사모 회원들은 집회 참가자들과 언쟁을 벌이긴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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