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임원에 감정평가사까지 가담 700억원대 부당대출 일당 덜미

정재훈 기자I 2024.05.08 10:35:45

경기북부경찰, 대출브로커·새마을금고임원 구속 송치
74명 명의 대여해 업계약서 쓰고 감정평가사도 매수
이결과 분양가 7억5천만원 부동산을 12억원으로 산출
새마을금고 임원은 감정평가법인 선정 시스템 조작
75건 718억원 대출받아…해당 새마을금고는 문닫아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대출브로커와 새마을금고 임원, 공인중개사, 명의대여자, 감정평가사까지 가담해 700억원대의 부당대출을 일으켜 한개 은행 지점 셔터를 내리게 만든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서울시 소재 새마을금고 전 상무 A씨와 대출 브로커 총책 B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또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명의대여자 등 7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경상남도 창원특례시에 소재한 중고차 매매단지 75개실에 대한 담보가치를 부풀리고 허위차주를 앞세워 약 718억원 상당의 부당대출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체계도.(그래픽=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대출브로커 B씨는 자금난에 처한 부동산개발업자 C씨로부터 금융권이 대출조건에 부합하도록 담보물, 소득 등을 거짓으로 꾸며 대출을 받는 이른바 ‘작업대출’ 의뢰를 받고 새마을금고 임원 A씨를 고급 외제차 등 약 3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면서 매수했다.

동시에 이들은 새마을금고법상 동일인 대출 한도 규정을 피하기 위해 대출인 명의를 대여해줄 ‘바지차주’를 모집한 뒤 중고차 매매단지 75개실을 대상으로 실제 분양가보다 높은 매수 가격이 기재된 ‘업계약서’를 작성했다.

명의 대여자에게는 분양대금 대출 이자를 대신 갚아주고 임대 수익으로 수백만원을 주는 것은 물론 일정 기간 이후에는 자신이 소유한 회사를 통해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후 가계대출보다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은 ‘기업운전자금’ 대출을 받고자 미리 모집한 바지차주 명의로 허위의 사업자등록을 개설했다.

B씨는 또 주변의 다른 대출브로커를 통해 담보물 가치를 과다평가해 줄 감정평가사를 사전에 섭외했다.

가담한 감정평가사들은 분양가 7억5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12억원으로 감정평가했다.

이렇게 B씨가 준비한 부당대출 계획이 마무리되면서 새마을금고의 상무 A씨가 본격적으로 가담했다.

A씨는 대출 과정에서 은행의 감정평가법인 무작위 추출 시스템을 조작, B씨가 사전에 섭외한 감정평가사가 속한 특정 감정평가법인에만 담보물 감정을 의뢰했다.

이들은 이런 치밀한 계획으로 대출을 실행해 75건, 약 718억원 상당의 기업운전자금을 대출받았고 B씨는 이중 85억원 가량을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B씨는 명의 대여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들은 자신의 명의로 대출된 자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채무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머지 약 600억원은 부동산개발업자 C씨 회사의 채무를 변재하거나 B씨와 연계된 대출브로커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아울러 경찰은 B씨 범행에 가담한 감정평가사를 총 4명에서 6명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이 타 지역의 비슷한 사건과 연루된 점을 포착, 이번 사건 송치에서는 제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씨가 속해있던 새마을금고는 지점 총 자산규모와 맞먹는 이들의 부당 대출로 운영이 불가해 지면서 2023년 7월께 인근에 소재한 다른 새마을금고에 합병됐다.

문닫는 새마을금고.(사진=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경찰은 청탁 대가 및 대출 알선 수수료 등 범죄수익금을 추적해 기소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하는 등 적극 환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거래의 명의를 대여하는 것은 이런 작업대출에 나도 모르게 가담해 처벌될 수 있는 만큼 눈앞의 이익에 현혹돼 불법 행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국민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질서를 혼란하게 하는 범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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