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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경회의 주도한 류삼영 총경 사직…"경찰 인사 보복 비판"

손의연 기자I 2023.07.31 11:22:48

총경회의 주도…징계 등 보복인사 비판
"경찰 중립성·독립성 훼손"
"현장 경찰관 책임전가로 사기 저하"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31일 경찰 조직을 떠나기로 했다. 류 총경은 정직 징계를 받고 지난 27일 총경급 인사에서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났다.

류 총경은 31일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제출했다. (사진=손의연 기자)


류 총경은 이날 오전 서울시 중구 경찰기념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보복 인사를 비판하며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시행령을 통해 행정안번부에 경찰국이 신설되는 등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역사적 퇴행인 경찰국 신설에 대해 경찰서장들이 의견수렴을 위해 모였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징계를 거쳐 보직조차 없이 근무했고 참석자들 역시 경정급 보직으로 좌천되는 등 강등에 가까운 보복 인사를 겪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련의 보복 인사 조치는 개인에 대한 불명예나 불이익에 그치지 않고, 공포감을 심어 경찰 조직 전체를 정권에만 충실하게 만드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총경 인사에 있어 보복 목적에 의해 부당한 인사 개입이 이뤄진 것이라면 언젠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총경은 최근 경찰이 직면한 위험으로 현장 경찰관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 당시 순찰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현장 경찰관들이 부족한 인력과 장비에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본연 업무에 충실한 점이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국무조정실 감찰에 의해 일방적으로 낙인 찍혀 검찰에 수사 의뢰까지 돼 버리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류 총경은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일어난 이번 사고에서 모든 책임을 일선 현장에 전가시키는 것은 현장 경찰관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사명감을 바닥으로 깎아내릴 것”이라며 “경찰 조직이 국민이 아닌 권력자만을 바라보게 된 현재 경찰국 시스템, 경찰을 대하는 권력의 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언급했다.

류 총경은 “권력의 경찰이 아닌 국민의 경찰로 남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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