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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황제조사' 후폭풍에 김진욱 입지마저 흔들

남궁민관 기자I 2021.04.04 14:51:19

김학의 의혹 관련 김진욱, 檢 이첩 전 이성윤 면담
본인 관용차 내주고 조서도 없어 '황제조사' 논란
공정성 문제에 연일 사퇴 요구·고발장 접수까지
공수처 정상가동 담보할 사건사무규칙마저 '혼란'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2개월여만에 심각한 공정성 논란에 직면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이른바 ‘황제 조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기소권의 범위를 규정한 사건·사무규칙 제정을 놓고 검찰과의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여 이달 중 정식 수사 돌입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을 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성윤 ‘황제조사’ 후폭풍 ‘일파만파’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처장은 지난달 7일 김 전 차관 의혹과 관련 이 지검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면서 그에게 정부과천청사 출입 기록이 남지 않는 김 처장의 관용차량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해당 관용차량은 운전기사가 아닌 김 처장의 5급 비서관이 직접 운전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CC(폐쇄회로)TV 영상에는 이 지검장이 BMW 차량을 타고 청사 인근에 도착한 뒤 김 처장의 관용차인 제네시스로 갈아타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김 처장이 김 전 차관 의혹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 지검장과 굳이 일요일 면담을 진행하면서 관련 조서 및 출입기록조차 남기지 않아 이미 논란이 불거진 상태였는데, 이번 CCTV 공개 이후 김 처장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법조계 안팎에선 김 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SNS 등을 통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법 앞의 평등·형평성이 가장 중요한 수사절차에서 다른 피의자들이 ‘나도 이성윤과 똑같은 대우를 해 달라’고 요구하면 안 들어줄 재간이 있는가. 공수처장 관용차가 졸지에 피의자 의전차량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더 이상 무슨 수사를 논할 수 있겠는가”라며 “김진욱 공수처장은 즉각 사퇴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피의자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이런 식의 조사를 한다면, 앞으로 훨씬 끗발이 센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과연 국민에게 신뢰를 줄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 역시 “우리는 이런 걸 특혜, 황제조사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처장에 대한 고발 역시 이어진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시민단체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사준모)’은 이번 ‘황제 조사’와 관련 각각 직권남용죄, 김영란법 위반,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김 처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김 처장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지난 2일 출근길에서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았다가, 같은 날 저녁 “청사출입이 가능한 공수처 관용차 2대 중 2호차는 체포피의자 호송용으로 뒷좌석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라 이용할 수 없었다”며 김 처장 관용차량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사건·사무규칙 제정엔 검·경과 ‘불협화음’…정상수사 불투명

김 처장을 둘러싼 이같은 공정성 시비에 더해 공수처는 수사체계 가동을 위해 필수적인 사건·사무규칙 제정을 놓고도 협의 대상인 검찰과 마찰을 빚고 있어 이달 중 정상 가동마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공수처 검사·수사관 선발이 이달 중 마무리되면 직접 받아든 고소·고발 사건 및 인지수사는 가능할지 몰라도, 공수처의 수사인력이 제학적인만큼 굵직한 주요 사건에선 검·경과의 협력 관계가 필수적이라는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에 사건·사무규칙 제정이 늦어질수록 사실상 공수처가 정상가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제정안에는 ‘공수처가 검·경에 이첩한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 사건은 이첩 받은 각 수사기관에서 수사 후 공수처에 송치하도록 하는’ 이른바 ‘유보부 이첩(재량이첩)’의 내용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이같이 공수처가 검찰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것은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는 협력 관계가 아니라 공수처가 사실상 상위기관으로서 검찰을 ‘수사 지휘’하겠다는 것이란 지적이다.

김 처장은 일단 알려진 내용에 대해 “확대된 부분”이라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서면서도, “경찰이 검사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 영장 청구를 검찰이 아닌 공수처가 하는 게 적당하지 않겠냐는 부분은 맞다”고 말해 검사 사건에 대한 기소권은 공수처가 독점적 또는 우선적으로 행사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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