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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년째 소식없는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이대로 백지화?

황현규 기자I 2021.05.21 11:00:15

작년 6·17 대책에 포함... 2년 이상 거주해야 입주권 받아
재건축 이슈·선거·전세난 맞물려…여당 “입법 부담스러워”
재건축 아파트 조합설립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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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나온 정부 규제 중 가장 세다고 평가됐던 ‘재건축 실거주 2년 요건’의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작년 6·17 대책에 포함됐던 이 규제는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세난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로 여당도 입법을 적극 추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해당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시행이 한참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21일 국회 등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도시 및 주거정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9월 발의된 이 법은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담고 있다. 정부의 6·17대책에 포함한 재건축 규제안으로, 실거주하지 않고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발의 됐다.

당초 이 법안은 지난해 말 입법을 거쳐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었다. 6·17 대책 발표 당시에도 지난해 말 입법, 올해 초 시행이 언급돼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토위 법안 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법안은 심사 안건으로 보류 상태다.

실제 여당 내부에서도 해당 법을 쉽게 통과시킬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 국토위 관계자는 “국토위 안에서도 해당 법 통과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크다”며 “논의가 후순위로 밀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법 통과를 주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세난과 선거 여론 때문이다. 이 법이 통과하면 집주인들은 입주권을 받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를 해야 하고, 그에 따라 세입자들도 전세 시장에 내몰리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는 노후된 탓에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최대 30% 이상 저렴한 경우도 흔하다. 오히려 낮은 전세가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이 이 규제로 인해 전세난에 직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사실 이 법에서 가장 큰 피해는 세입자가 될 수 있다”며 “가뜩이나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기름을 붓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오세훈 서울 시장의 당선으로 확인한 ‘재건축 민심’도 여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압승한 상황에서 여당이 주도해 민간 재건축 규제 대책을 본격 시행하면 반발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 당장 내년 기초지방자치단체·대통령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선거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여당의 생각이다.

또 다른 국토위 관계자는 “최근 보궐선거 이후 여당 내부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슬로건으로 내거는 현실에서 재건축 규제 강화를 내놓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자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조합 설립 ‘막차’를 타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규제 시행 전 조합을 설립할 시 ‘실거주 2년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 내부에서는 “예상보다 시간을 벌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송파구 잠실동 ‘잠실 우성1~3차’도 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1981년 지어진 이 단지는 이제까지 조합 설립이 지지부진했지만, 실거주 요건을 피하기위해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낸 것이다. 앞서 압구정 2·3·4·5구역도 지난해 말~올해 초 조합 설립에 성공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재건축이 ‘핫이슈’로 떠오른만큼 여당이 나서서 재건축 규제안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거 이슈 등과 맞물리면서 당초 시장 예상보다 입법·시행이 한참 뒤로 밀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유세 모습. 당시 오 시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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