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0 알바할래?…“박사방 조주빈의 쪽지를 받았다”

장구슬 기자I 2020.03.24 09:54:14

텔레그램 성착취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신상공개
피해자 “개인 정보 빼낸 뒤 범행” 정신적 고통 호소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여성에 대한 성착취물을 제작해 돈을 받고 메신저를 통해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가 “불면증에 시달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원이 지난 23일 언론에 공개됐다. 사진은 이날 SBS에서 보도한 조주빈의 모습. (사진=SBS ‘뉴스8’ 캡처)
2018년 중학생 때 박사방 운영자인 일명 ‘박사’ 조주빈(25)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A씨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A씨는 “당시 가정 생활비가 너무 부족해 한 (조건 만남) 어플에 접속했다”며 “생활비를 구하는 조건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더니 (조씨에게) ‘스폰 알바를 해볼 생각 없냐’는 쪽지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월 400만 원 정도 준다고 관심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하더라. 얘기를 좀 하니 텔레그램이라는 어플로 이동을 하자 했고, 돈을 보내줄 테니 계좌(번호)를 달라더라. 당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 ‘(계좌번호를) 보내고 보자’라는 심리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얼굴,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계좌를 보낼 생각을 했냐”는 물음에 A씨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사진이랑 입금 예정인 사진을 보내주더라. ‘주식을 빼가는 데 5일이 걸리니까 믿고 나를 기다려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중학생 입장에서) 신뢰가 갔다”고 했다.

A씨는 “몇 분 뒤 자기가 새 휴대폰 선물을 해 줄 테니까 (집)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때는 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무심코 알려줬다”고 말했다.

A씨는 “처음엔 몸 사진만 요구하다가 몇 시간 뒤에 얼굴까지 있는 걸 보내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 그런 건 부담스러우니까 만나서 돈을 받고 나서 하면 안 되냐고 하니까 강압적인 말투로 ‘내가 선물까지 사줬는데 이렇게 하면 안 돼’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피해 여성들의 신상 정보와 나체 영상을 입수한 조씨는 여성들에게 잔혹하고 엽기적인 영상을 찍도록 협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건 이후 조울증, 우울증이 생기고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며 “한동안 집 밖에도 못 나가고 스토킹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알아볼까 싶어 여름에 밖에 나갈 때 꽁꽁 싸맸다. 몇 주뒤에 휴대폰 번호를 아예 바꿔버렸고, 집 이사도 갔다”며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9일 조씨를 구속했다. 그는 아동음란물 제작 및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개인정보 제공, 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총 7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 결정에 앞서 지난 23일 조씨의 신원이 방송과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그는 수도권 한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 '박사방' 일당들 '범죄단체조직' 모두 부인…조주빈 입에 이목 집중 - 텔레그램 '박사방' 공범 이원호 일병, 첫 공판서 혐의 인정 - 檢, '박사방' 공범 남경읍 구속기소…"조주빈 모방 단독범행도"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