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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대만, 차이잉원 시대 개막..무엇이 달라지나

김대웅 기자I 2016.05.22 14:43:10
차이잉원 신임 대만 총통.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대만이 진보 성향의 최초 여성 지도자 시대를 맞이하면서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60) 신임 총통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도 관심사지만 대만 국민들은 차이잉원이 내놓을 경제 살리기 정책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만 경제는 성장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진 데다 기업들의 ‘탈(脫)대만 기류’로 실업난도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 경제위기 구원투수 기대..차이잉원 해법은

전(前) 정권인 국민당 마잉주 세력이 재집권에 실패한 데에는 경제 정책 실패에 따른 심판의 성격이 적지 않다. 따라서 새롭게 들어선 차이잉원 정권은 대만 경제 부활에 사활을 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마잉주 정권이 중국 대륙과 경제협력 강화에 나서면서 오히려 성장 둔화가 가속화된 측면이 크다. 대(對)중국 의존도가 커지면서 폭스콘 등 대만 대표적인 기업들이 줄줄이 중국 대륙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고 이 과정에서 대만에서는 실업난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2010년 10%대였던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 미만까지 추락했다.

이 때문에 대만 경제의 지나친 대중국 의존도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경제 정책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대만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약 25%로 이는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16% 수준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변화시켜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로선 당장 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무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특히 현재 답보 상태에 놓여있는 양안 간 상품·서비스 무역협정을 어떻게 끌고 갈 지가 관건이다. 대만은 중국과 2010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한 뒤 다음해 상품·서비스 무역협정을 발효했다. 하지만 이 협정이 승인되면 대만 경제가 사실상 중국에 점령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 현재 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다.

◇ ‘新남방정책’ 추진..한국과 더 가까워질까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치중하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던 한국과의 교역에도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지난 2011년 180억달러를 넘어섰던 우리나라의 대만 수출 규모는 지난해 12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수입 규모 역시 지난해 반도체 단가 상승으로 금액이 증가하긴 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차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등과 교역 및 경제협력을 늘리는 ‘신남방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주변국들과의 적극적인 협력 강화를 통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외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특히 차이 정부에서 대외 정책을 주도하는 황즈팡(黃志芳) 전(前)외교부장이 친한파 인사로 알려져 있어 한국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대만에서 한국 드라마와 대중가요 등 한류 바람이 거세지고 있어 이를 계기로 양국의 경제교류 확대가 적극 추진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관장은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중국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이 대만과 상호보완적 경제 관계를 강화해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시작부터 삐걱..‘양안관계’라는 변수

하지만 대만의 변화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양안 관계다. 당장 차이 신임 총통이 지난 20일 취임연설에서 한 92공식 관련 언급에 대해 중국 언론들이 맹비난을 퍼부으며 순탄치 않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다.

차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1992년 양안 간 상호 이해와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는 것)라는 정치적 사유, 소통과 협상을 통해 약간의 공통인식과 양해에 이른 것을 역사적 사실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러자 명시적으로 ‘92공식’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만 언급했다며 환구시보 등 중국의 유력 언론들이 나서 비난했다. 차이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민진당은 자칫 대만 독립이라는 족쇄에 갇혀 중국 본토와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중국과의 직접적인 경제 협력은 물론이고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있어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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