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잃은 매 '금지' 의족으로 재기 날갯짓

양지윤 기자I 2021.09.17 11:15:00

서울대공원 붉은허벅지말똥가리, 재활 성공
사고로 절단한 다리 동상 걸려 악화
사육사·수의사 금지 의족 달아주기 고군분투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서울대공원 해리스 매 붉은허벅지말똥가리 금지가 불의의 사고를 딛고 의족으로 다시 되찾은 일상이 공개됐다.

의족을 단 ‘금지’.(사진=서울대공원 제공)


17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금지는 2009년 스페인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와 자리잡은 지 12년째를 맞았다.

커플인 옥엽과 함께 살고 있는 금지는 먹이를 둥지로 가져가서 발라먹은 뒤 남은 뼈는 다시 먹이대 위에 올려둘 만큼 온순한 성격이다.


금지에게 불행이 찾아온 건 지난 2013년이다. 비행 중 철창에 다리가 끼여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게 된 것. 특히 추위가 혹독했던 지난 겨울에는 절단 부위에 동상이 걸려 금지는 서 있기조차 어려울 만큼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다.

사육사들과 수의사는 머리를 맞댔다. 두 다리로 서는 새들은 한 쪽 다리가 없으면 균형을 잡기 어려운 것은 물론 발로 먹이를 잡고 먹는 맹금류 특성상 먹이 활동을 하기 어렵다. 이 때부터 사육사와 수의사 그리고 금지의 분투가 시작됐다.

사육사들은 우선 금지의 동상치료에 돌입, 금지의 다리에 동상크림을 발라 마사지 하고 온욕치료를 시작했다. 매일 20분간 물 속에서 금지의 언 다리를 녹이는 온욕치료를 위해 사육사들은 물 온도 38도를 맞추며 따뜻한 물을 실어 날랐다. 금지가 물 속에 다리를 담그고 있는 동안 몸을 잡고 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사육사들이 아이디어를 내 금지의 몸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하기도 했다. 금지도 이 시간을 움직이지 않고 참아내야 하는 두 달 간의 긴 과정이었다. 송종훈 사육사는 “온욕치료가 처음에는 저희와 금지 모두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금지가 다시 다리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에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라며 “다행히 순한 금지도 곧잘 적응해 온욕치료가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욕치료를 마친 후 의족을 달아주기 위한 치료가 시작됐다. 서울대공원 이하늬 수의사는 “처음에는 알루미늄 봉으로 만든 가의족을 제작해 달아주었더니 균형은 잡았지만 부리가 튼튼한 금지가 가의족을 고정한 붕대를 물어 뜯어 다른 방법을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의 치료사례를 찾던 이 수의사의 눈에 역시 맹금류인 수염수리의 다리에 나사뼈를 박아 반영구 의족을 달아준 사례가 눈에 띄었다. 금지의 다리뼈에 나사를 박고 발 안쪽은 푹신한 아이클레이로, 바깥 부분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의족을 달아주는 2차 수술이 진행됐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금지는 서 있기도 힘든 다리에 힘을 주어가며 먹이를 먹는 등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전까지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 없던 옥엽과 수 개월의 치료기간 동안 각각 내실과 외부 방사장에서 떨어져 지내면서도 아침 저녁으로 서로의 울음소리를 확인하는 애틋한 모습도 보였다.

금지는 이제 의족으로 먹이를 눌러놓고 뜯어먹는 등 의족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두 다리를 쭈욱 뻗어 멋지게 난다. 옥엽과도 여전히 사이좋게 생활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금지, 옥엽과 함께 해 온 송종훈 사육사는 “어려운 치료과정을 금지가 정말 기특하게 잘 버텨주었다”며 “기록상 붉은허벅지말똥가리의 최장 수명이 15년이지만 금지가 더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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