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합작법인·지분투자 ‘활발’…폐배터리 선점 나선 기업들

김은경 기자I 2023.05.01 17:00:00

■갈길 먼 재활용 산업 (下)폐배터리
정부, 2030년 국내 배터리 100% 순환 체계 구축
‘희유금속 산출량·회수율’ 높이려 기술 개발 매진
기술 내재화 노력…中 손잡고 원료 확보 나서기도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배터리 순환경제 시대에 대비해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은 재활용 기술을 확보한 전문기업과 손잡고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는 한편 자체적으로 기술 내재화를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정부의 국내 폐배터리 순환 체계 구축 발표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투자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이차전지 국가전략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국내 배터리 100% 순환 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폐배터리 관련 제도나 가이드가 없어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업계 지적에 따라 사용 후 전지를 거래하면서 신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용 후 전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달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폐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기술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동일한 양의 배터리라도 회수율에 따라 희유금속 산출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합작법인 형태를 통해 서로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온을 배터리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성일하이텍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수명이 다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지난해 12월 상업화 가능성 검증을 위한 실증 플랜트를 대전 환경과학기술원 내에 준공해 가동 중이다. 이를 토대로 성일하이텍과 함께 국내 첫 번째 상업공장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할 예정이다.

성일하이텍은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습식제련 공장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내 코발트·니켈·망간·구리·탄산리튬 등을 회수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분 투자(약 8.79%·3대 주주) 방식을 통해 성일하이텍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프로세스 및 단계별 세부 공정.(자료=삼정KPMG)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내재화에 나선 기업으로는 완성차 업체 테슬라가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배터리 생태계 경쟁 역학 구도로 보는 미래 배터리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1년 8월 자체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셀 원료의 약 92%를 회수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자체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실제 2020년 니켈 1300톤(t), 구리 400t, 코발트 80t을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는 다 쓴 배터리를 먼저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재활용 원료 확보를 위한 배터리 제조사와 재활용 전문 기업 간 협업도 활발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7월 중국 코발트 생산 기업이자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하는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합작법인은 스크랩을 처리하고 폐배터리를 가공하는 전처리 공장을 LG에너지솔루션의 난징 공장에, 블랙파우더(폐배터리 전처리 생산물)로부터 희유금속을 추출하는 후처리 공장을 중국 저장성에 설립하기로 했다. 추출한 희유금속은 양극재 생산에 활용되며 LG에너지솔루션 난징 배터리 생산 공정에 공급될 예정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 재활용 원료 조달을 위한 계약을 맺고 협업할 계획이다. 삼정KPMG는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는 폐배터리 재활용 원료로 만든 양극재와 동박을 파나소닉에 제공하고, 파나소닉은 이를 활용해 북미 시장에서 배터리를 제조함으로써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