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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W페스타]이진숙 "'여성이라 못한다' 생각 안하면 뭐든 할 수 있어"

최영지 기자I 2021.10.08 10:53:36

26일 제10회 이데일리 W페스타 패널 참여
"범죄자 말 진심으로 들어줘야"
"일 포기했다면 가족들도 행복할 수 없었을 것"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여성으로서 프로파일러 업무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프로파일러가 남성의 업무라는 선입견 때문일텐데 실제 활동 중인 프로파일러의 70%는 여성입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성별은 업무 능력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대변하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인 이진숙 인천경찰청 경위는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와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을 만나 결정적인 자백을 받아내는 등 굵직한 형사사건을 두루 맡고 있다. 그는 심리학, 사회교육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지난 2005년 경찰 범죄분석관 특채 1기로 뽑혀 17년째 경찰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오는 2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0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 연사로 참여한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진숙 인천경찰청 경위는 오는 26일 W페스타에서 연사로 무대에 오른다.
“고유정 자백 받으러 유치장 독방 들어갔다”

그는 지금까지 300여 명의 살인범, 성폭행범 등 강력범죄자를 만났다. 이 경위는 “고유정 사건의 경우 처음에는 1명의 프로파일러가 투입됐는데 고유정이 진술을 거부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런 피의자도 설득해서 면담을 진행해야 하는 게 프로파일러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술 확보를 위해 고유정이 있는 유치장 독방에 들어가 대화를 시도했고 끝내 자백을 받아냈다.

이 경위의 강점 중 하나는 용의자와 라포(Rapport·상호 신뢰관계)를 잘 만든다는 것이다. 범죄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라포 형성에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지만 친하지 않은 상대를 믿고 얘기할 수 있게 만들려면 진심으로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범죄자들에겐 이중적 심리상태가 존재한다”며 “처벌이 두려워 자백을 못하지만, 죄를 저질렀다는 부담감에 누군가에게는 범죄사실을 털어놓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위는 유독 여성들이 프로파일러로서 사건 해결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범죄자들이 여성 프로파일러에게 경계심을 내려놓는 경향이 있어 진술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편”이라며 “다른 남성 프로파일러들에게 느낄 수 없는 모성(母性)을 여성 프로파일러들에게 느껴서 좀 더 편안해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해석했다. 여성 프로파일러들이 젠더감수성의 폭도 더 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범죄자들 돌발질문에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여성이라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는 “특이한 성범죄자들은 저를 시험해보려고 일부러 당황하게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요 신체부위가 자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했다.

프로파일러 1, 2년차인 초년병 시절에는 그런 범죄자들의 돌발질문에 당혹감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대응하는 법에도 노하우가 쌓였다. 성범죄자들을 상대할 때에는 범죄 분석을 위해 성욕 등에 대해 물어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위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렵다고 볼 문제가 아니다”며 “여성이라 못한다는 생각만 안하면 어떤 일이든 잘 할 수 있다. 프로파일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똑같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밤낮없는 프로파일러 업무를 하면서도 듬직한 두 아들을 키워낸 워킹맘이기도 하다. 이 경위는 “피의자 송치 일정이 있으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고 합숙근무도 잦았다”며 “아이들이 어릴 때 일 때문에 같이 못 있어줬던 점이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때 일을 포기하고 내가 우울하게 지냈다면 가족들도 결코 행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경찰 후배들에게 항상 “지금 모습 그대로도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다”고 격려한다.

이진숙 경위는 ‘리부트 유어 스토리(Reboot Your Story) : 다시 쓰는 우리 이야기’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이데일리 W페스타의 챕터2 ‘도전 : 위대한 첫발’에서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금녀의 벽’으로 불리던 분야에 도전한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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