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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못지키고 떠난 닐 워마…제넥신 전략도 ‘오락가락’

김진수 기자I 2023.10.15 19:19:28

닐 워마 대표, 미국 지사 설립과 나스닥 상장 사실상 추진 가능성 없어
제넥신, 파이프라인 간소화 추진 후 다시 파이프라인 도입으로 전략 바꿔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제넥신(095700)의 닐 워마 대표가 약속했던 미국 지사 설립, 나스닥 도전 등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채 사임했다. 최근 제넥신은 잦은 대표 변경으로 큰 틀의 전략 측면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13일 제넥신에 따르면 닐 워마 대표가 지난 12일자로 사임하면서 홍성준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이 예고됐다. 닐 워마 대표는 2022년부터 성영철 전 회장에 이어 제넥신을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취임 1년 6개월 만에 개인적인 이유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제넥신을 떠나기로 했다.

닐 워마 제넥신 전 대표. (사진=제넥신)
닐 워마 대표는 취임 후 제넥신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추진했다. 그 중 하나로 미국 지사 설립을 언급했다. 애초 계획은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현지에서 직원 1~2명을 뽑아 미국 지사를 개소하려고 했으나 아직 직원 채용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닐 워마 대표는 나스닥 상장이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스닥 상장에 대한 기대감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직까지 추진된 내용이 없다.

제넥신 관계자는 “닐 워마 대표가 취임 초반 의욕적으로 나섰으나 내부적으로 미국 지사 설립과 나스닥 상장 등은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서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파이프라인 간소화 이후 다시 신규 후보물질 도입?

닐 워마 대표의 글로벌 진출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것에 이어 닐 워마 대표 사임 뒤 제넥신의 전략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제넥신은 닐 워마 전 대표의 사임을 공시한 이후 ‘획기적인 신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도입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동안 제넥신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동안 제넥신은 닐 워마 전 대표를 앞세워 효율적인 파이프라인 운영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파이프라인 간소화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넥신은 갑자기 운영 기조를 정반대로 바꾸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닐 워마 대표 재직 당시 제넥신은 인력과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파이프라인을 선별했다. 당시 선별된 파이프라인은 GX-188E(자궁경부암), GX-17(불응성·재발성 삼중음성 유방암), GX-H9(성장호르몬), GX-E4(빈혈) 등 4가지다. 제넥신은 해당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기술수출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닐 워마 대표 체제에서도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GX-188E의 조건부승인 전략을 철회하는 등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진행이 더디고, 눈에 띄는 기술수출도 없어 다시 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넥신 관계자는 “내년 빈혈치료제 등 상업화 단계에 다가선 물질들로 인해 파이프라인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이에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넥신은 2009년 상장이후 지금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233억원 적자 상태다. 또 제넥신의 기대와는 달리 연구개발 비용도 줄이지 못했으며 오히려 대폭 증가했다. 제넥신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은 161억원으로, 이는 지난 한 해 연구개발 비용인 264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이와 관련해 제넥신 관계자는 “최근 유상증자를 비롯해 지분 매각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해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며 이를 통해 향후 2년 정도는 연구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잦은 대표 변경, 일관된 전략 이어가기 어려워

이처럼 제넥신이 일관된 전략을 펼치기 어려운 이유로 잦은 대표 교체가 꼽힌다. 제넥신은 최근 2년 동안 4번의 대표 변경에 나선 바 있다.

제넥신은 2021년 9월 성영철·우정원 각자 대표체제에서 우정원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불과 반년 뒤인 2022년 3월 닐 워마 대표가 새롭게 선임되면서 우정원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또 10개월 뒤인 올해 1월에는 닐 워마 대표와 홍성준 각자 대표체제로 바뀐 뒤 이달 다시 닐 워마 대표가 사임하면서 홍성준 단독 대표가 됐다.

대표들의 재직 기간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성과를 내기엔 너무 짧은 셈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 한국에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는 후임 대표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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