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국민 사과' 이끈 준법위…'실효성' 입증 노력 계속

신중섭 기자I 2021.05.05 15:43:01

재판부 주문에 독립기구 삼성 준법위 탄생
1년간 이재용 '대국민 사과' 등 성과
실효성 논란에도…"오로지 결과로 입증"
리스크 유형화 용역 선정 이달 중 마무리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로 탄생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는 지난 2월로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준법위는 출범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이 끝나기까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재계 주목을 받았다. ‘실효성’ 논란이 있었지만 이 부회장의 수감 뒤에도 꾸준히 활동하며 삼성그룹 내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해 7월 삼성 용인 인력개발원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홈페이지)
내부거래·대외후원금 지출 준법위 ‘심사’

5일 재계에 따르면 준법위는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7개 계열사들과 ‘준법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맺으면서 출범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 근절과 준법경영 강화 등이 설립 취지였다.

준법위 탄생에는 재판부의 주문이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내부에 있던 ‘정도 경영’ 실천에 대한 강한 의지도 큰 몫을 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내부 준법경영 조직을 넘어 외부에 별도 준법감시 기구를 둔 곳은 삼성이 최초라는 점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삼성은 위원회 구성부터 운영까지 자율·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하기로 했고, 그 결과 위원장을 포함한 전체 7명의 위원 중 6명이 외부 출신으로 선정됐다.

재계에선 1년 3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준법위가 삼성 그룹 전반에 크고 작은 변화를 몰고 왔다고 평가한다. 삼성은 준법위 출범 이후 50억원 이상 규모의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진행할 경우 준법위로부터 심사를 받게 됐다. 대외후원금 지출 또한 매월 준법위 회의 안건으로 올라가 감시를 받는다. 내부거래 안건은 월평균 10~15건, 대외후원금은 월 5~10건 가량 심사받고 있다.

또 준법위 출범 이후 각 계열사 내부에 있는 준법감시조직(컴플라이언스)의 활동도 강화됐다. 앞서 지난해 1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준법위 출범을 앞두고 법무실 소속 컴플라이언스팀을 대표이사(CEO) 직속 조직으로 독립시킨 바 있다. 준법위는 이러한 관계사 컴플라이언스 준법지원인 간 회의를 정기 협의체로 전환하고 분기별로 정례화했다. 아울러 준법감시부서 실무자급 협의체도 신설했다.

이재용 대국민 사과 등 과거사 반성 이끌어내

삼성의 진심어린 ‘사과’를 이끌어 낸 것도 성과다. 먼저 삼성은 지난해 2월 과거 미래전략실을 통해 임직원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 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삼성 계열사들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임직원과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사과했다. 준법위가 출범한 뒤 이뤄낸 첫 성과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였다. 준법위는 출범 한 달여 만인 지난해 3월 “‘경영권 승계’ 의제와 관련해 그간 삼성그룹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이 있었다고 본다”며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는 물론 향후 경영권 행사와 승계에 관련해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에게 공표해 줄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4세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폐기 △시민사회 소통 등을 골자로 하는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문을 읽은 것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 사태 이후 5년여만이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뉴삼성’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실효성’ 의심 눈초리…리스크 유형화 용역 곧 마무리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실형 선고를 받고 수감된 이후 ‘준법위’의 존재감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수감 사흘 뒤 옥중 메시지를 통해 “준법위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며 준법위 운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했다. 준법위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오로지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준법위는 재판 과정 등에서 지적 받은 ‘취약점’을 차근차근 보완해 나가고 있다. 미래전략실의 후신 격인 ‘사업지원 TF’를 비롯한 컨트롤 타워 조직과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에 대한 감시 강화가 대표적이다. 준법위는 지난 2월 정기회의에서 사업지원 TF의 준법리스크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TF와의 소통 창구를 만들기로 했다. 또 지난 1월 추진키로 한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이에 대한 평가지표·점검 항목 설정’을 위한 연구용역 기관 선정도 이달 18일 개최 예정인 5월 정기회의에서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준법위 설치를 이 부회장 감형을 위한 요식행위라고 봤지만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크고 작은 성과를 이뤘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으로 실효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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