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 LG유플러스에서 화웨이를 걷어내라고요?

김현아 기자I 2020.07.26 14:03:43

현재 한국 정부 스탠스는 “기업이 결정할 사안”
미 국무부 “LG유플러스 화웨이 장비 빼라”
증거부족 정치논리에 국내 기업 수조원 피해 봐야 하나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 국무부가 LG유플러스를 콕 짚어 “중국 화웨이 장비를 빼달라”고 언급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제기하는 보안 우려에 공감하는 네티즌들도 있지만, 적어도 IT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기술이나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라고 보고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정치외교적으로는 미국에,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핵 위기 속에서 한미동맹을 통해 안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중협력을 통해 경제적인 실익을 얻고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죠.

현재 한국 정부 스텐스는 “기업이 결정할 사안”

현재 정부의 스탠스는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안전한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민간 분야와의 협력을 포함해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 중”이라며“민간 부문 장비 도입은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도 “잘 아시는 것처럼 5G에서는 보안이 제일 중요하다”며 “정부는 5G보안협의회를 통해 관리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기종 선정은 통신사업자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외교부는 오는 28일 청와대, 국무조정실, 과기정통부 등 10여개 부처와 함께 격화되는 미·중 갈등에 대비해 ‘제3차 외교전략조정회의’를 개최한다고 하니, 이후 결과가 주목됩니다.



미 국무부 “LG유플러스 화웨이 장비 빼라”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우리는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에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한다”고 주장했죠. 그는 LG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인센티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아마도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심각한 안보 사안으로 여긴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미국 부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①화웨이=중국 공산당 감시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증거가 있다면 전 세계 전송망 장비 대부분을 걷어내야 한다는 점)②내정 간섭이자 한국 기업의 경영활동 자유 침해 ③실제로 LG유플러스에서 화웨이를 걷어낸다면 수 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리라고 판단합니다.

증거부족 정치논리에 국내 기업 수 조원 피해 봐야 하나

물론 이번 홍콩보안법 제정 과정 등을 보면 중국이 자유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후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사회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 회사인 화웨이가 백도어(뒷문)를 통해 고객사 통신망에서 오가는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길 것이라는 얘기는 의심은 할 수 있지만 증거는 없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전 국가안보국(NSA) 요원이 미국 정부의 전 세계 감청 실태를 폭로했으니 미국의 IT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쓰면 위험하다는 게 되지요.

또한 전세계 전송장비 대부분을 화웨이나 ZTE가 공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트레이어 부차관보 주장대로 글로벌 통신망에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빼야 한다면 이를 모두 걷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이지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작성한 아래 표를 보면, 2017년 기준 글로벌 통신사업자용 이동통신기지국 장비 시장뿐 아니라 유선가입자망 장비와 백본장비 등의 시장에서도 화웨이가 1위입니다.



미 국무부 부차관보의 발언은 한국 민간 기업(LG유플러스)의 경영활동에 외국 정부가 직접 개입했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정부 간 협상장이 아니라 언론을 상대로 한 공개적인 화상브리핑을 활용한 것은 협의가 아닌 협박에 가까워 보입니다.

사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은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민간 기업들이 뜻하지 않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요구한 대로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걷어낸다면 수 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일단 5G만 걷어내는 건 수천 억 수준일 수 있지만, 현재 서비스되는 5G 장비는 LTE 연동형(NSA)이어서 이미 보급된 단말기 교체 이슈가 발생한다는 이야깁니다.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 풀린 단말기는 NSA만 지원해 LTE 신호를 잡은 상태에서 5G를 붙이는데 제조사들이 기존 단말기에 대해서는 NSA에서 SA(5G 단독모드)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해주지 않아 화웨이 장비를 뺀다면 새롭게 5G 단말기까지 공급해야 하는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아프리카와 유럽을 발판으로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는 화웨이에 악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압박 조치 이후 최근 영국은 화웨이 장비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기존 정책을 뒤집고 화웨이의 5G 이동통신 장비 구매를 금지하고 2027년까지 기존에 설치된 장비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했고, 프랑스도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으로 답답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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