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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가석방 카드.. 최장기간 수감 최태원 회장 우선대상

성문재 기자I 2014.12.25 15:53:54

정치권, 기업인 가석방 필요성 제기
최태원 SK 회장, 가석방 요건 채워
재계 "한화, 총수 복귀 긍정적 효과 증명"

[이데일리 성문재 김진우 기자] 수감중인 기업 총수들의 가석방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경제가 워낙 어려워지고 있는 점이 시작점이 됐다. 정치권은 위기에 직면한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히든카드로 가석방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기업 총수들이 제자리를 찾으면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건의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경제 위기 극복 차원에서 대통령에게 같은 건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태로 기업인 가석방 가능성이 다소 줄어든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기업 총수들의 복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땅콩 리턴’과 기업인 가석방을 다른 사안으로 접근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기업인 가석방과 관련해 다음 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논의를 통해 당내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국민들이 대기업 오너에 대해 정서적으로 특별계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한편으로는 좋지 않은 경제상황 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를 해달라는 생각도 함께 갖고 있다”며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롭게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달 만 2년 채우는 최태원 회장, 최장기간 수감기록

현재 가석방 대상인 기업 총수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최 회장은 다음 달이면 수감생활 만 2년을 채운다. 역대 주요 그룹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긴 수감 기록이다.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도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21개월째 복역 중이라 가석방 요건을 모두 채웠다.

형법 제72조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뒤 가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가석방 문제에 대해 원칙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병보석 상태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가석방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아 가석방 대상이 아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지난 1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 가석방 대상이 아닌 이들은 기업인 특별사면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경기 침체로 실적 악화..“총수 없인 장기적 투자 불가능”

수감중인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 문제가 다시 부상한 것은 최근의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장을 잃은 SK그룹은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한 전 계열사들의 실적이 갈수록 나빠져 그룹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 주력 사업인 정유 분야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제유가 하락이 겹치며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태광그룹 역시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003240)이 설립 이래 처음으로 올해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회장 공백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대책회의를 가동하고 있다. CJ그룹이 총수 부재로 투자를 중단하거나 보류한 사업 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4800억 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들은 “총수가 자리를 비우면 주요 투자 안건이 처리되기 어렵고 사업 진행도 속도를 늦출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 오너 복귀 효과 증명

최근 삼성그룹과의 2조원대 빅딜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화그룹은 기업 총수 복귀의 긍정적인 효과를 증명했다.

지난달까지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모두 채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삼성그룹 방산·화학 계열사 4곳 인수를 성공시키며 화려하게 복귀 신고를 했다. 빅딜 이후 서울 장교동 본사 사옥 출근도 시작했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태양광 사업 재편, 이라크 도시건설사업 등 그룹의 굵직한 현안을 직접 챙기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태양광 업황이 안좋아 많은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발을 빼는 분위기에도 회장이 복귀한 한화그룹은 뚝심을 갖고 밀어부치는 모습”이라며 “오너 복귀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꼽았다.

그는 이어 “전문 경영인들은 단기적인 시각으로 경영하는 것이 대부분인 반면 오너들은 장기적인 투자나 과감한 선제 투자 결정이 가능하다”며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기업 총수마저 수감중인 기업들이 많으면 경제 전반으로도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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