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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미스터 쓴소리' 박용만 "정부·국회·기업 변해야 산다"

신민준 기자I 2020.12.27 15:53:09

내년 3월 임기 만료 앞두고 지난 23일 송년 기자간담회
"취임 후 7년여간 기업·경제 관련 문제·기대·현상 변화 없어"
"정부, 국가부채비율 등 경제 위험 요소 대책 마련 시급"
"국회, 기업규제 3법 등 시행 부작용 선제 대응 필요"
"기업, 성장·수익 위주 경영 벗어...

[이데일리 신민준·배진솔 기자] “2013년 8월 처음 임기를 시작했을 때 했던 취임사랑 한번 연임했을 때 취임사, 또 요즘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여러 가지 말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똑같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기업과 경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기대·현상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해야 할 것들이 변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미스터 쓴소리’ 박용만(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7년 5개월여 간 재임중 담아뒀던 소회를 밝혔다. 내년 3월 대한상의 회장 임기를 마치는 박 회장은 다시 민간 기업인으로 돌아간다. 박 회장은 마지막 고별 간담회에서도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 기업이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업규제 3법 통과에 대해선 강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보급 여부 △국가부채비율 △민간부채 △자산시장 불균형 △정치 일정 등 경제 위험 요소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목조목 강조했다. 기업도 성장과 수익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투명성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 회복세 단기적일 수도”

박 회장은 올 한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 같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첫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지난 1월에 나온 뒤 지난 3월에는 정말 위기감이 커 우리나라 경제가 붕괴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까지 들었다”며 “그때 기업들이 쓰러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의 덩어리가 너무 커져 굉장히 걱정했다. 다행히 정부의 지원대책이 상당히 빨리 나와 줘서 크게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다만 박 회장은 경제 회복에 대한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 회복 전망은 기저효과 영향이 큰 만큼 단기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또 경제 위험 요소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이후 경제 위험 요인들이 적잖다. 우리나라만의 이슈는 아니고 글로벌 경제에서도 비슷한 이슈라고 보고 있다”며 “먼저 코로나 백신이 얼마나 빨리 보급되느냐에 따라 회복의 속도도 나라마다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부채비율이 나라마다 다 높아져 있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다른 나라의 부채 축소 정책의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사상 최고수준의 민간부채도 전 세계적으로 똑같은 형태다.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부채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일어날 일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부동산으로 기울어진 자산시장 불균형이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내년 서울·부산 양대 시장선거를 비롯한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도 대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회는 애증의 관계…보람과 무력감 느껴”

박 회장은 입법 위험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해 국회를 15번 찾아 규제 혁신을 호소했다. 올해도 기업규제 3법과 집단소송제 등의 통과를 막기 위해 수차례 국회를 찾았다.

그는 “국회하고는 정말 애증의 관계”라며 “상당 부분의 보람도 국회와 관련돼 있었고 상당 부분의 무력감도 국회하고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를 들어 올해와 같이 어려울 때 추가경정예산 좀 빨리 정부에서 원하는 대로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4차례나 추경을 해준 점은 보람을 느꼈다”며 “반면 기업규제 완화 법을 처리 안 해주고 기업 옥죄기 법을 처리할 때는 정말 무력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특히 기업 규제 3법에 대해 아쉬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국회 문턱을 넘었으니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하는 것보다 통과된 법 테두리 안에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의 변화도 당부했다. 그는 “디지털·비대면과 관련된 산업의 변화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관련 산업에 대한 일하는 방식과 기술 등의 변화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며 “더이상 성장과 수익만을 응원하던 시대는 갔다. 기업들이 투명·합리·공공성에 대해 인식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그간 추진 사업 중 신기술 출시때 기업에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인 민간 규제 샌드박스 유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박 회장은 올해 세계 최초로 민간 규제 샌드박스를 상의에 유치했다. 대한상의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지난 5월에 출범한 뒤 84건의 규제 샌드박스를 지원했다.

이외에 박 회장은 △임기 중 회원사 수 4만여 개 증가 △2016년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 국회 통과·시행 △2019년 온라인 투자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P2P 금융법) 국회 통과·시행 등을 주요 업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박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사비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급식봉사 활동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박 회장은 끝으로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선 “이제부터 무엇을 할 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며 “고민하는 자체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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