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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갑자기 옷을 왜 벗으십니까?” 여경 앞에서 훌러덩…“징계 적법”

이로원 기자I 2024.02.12 21:27:40

동료 여경들 앞 ‘속옷 노출’ 해경 간부
행정소송서 패소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여경들과 함께 있는 사무실에서 상의를 벗어 견책 처분을 받은 해양경찰청 간부가 억울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적법한 징계라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인천지법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해양경찰관 A경정이 해경청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A경정은 2021년 12월 인천시 연수구 해경청 본관에서 열린 총경 승진 역량평가 면접이 끝난 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갑자기 윗옷을 벗었다. 사무실에는 A경정 외에 여성 경찰관 3명이 함께 있었다.

당시 다른 남자 직원이 “갑자기 옷을 왜 벗으시냐”고 묻기도 했지만, A경정은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일어나 전화 통화를 했다. 그 모습을 본 한 여성 경찰관은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A경정은 건강 악화와 업무 부담 등으로 힘들어하던 여성 경찰관 B씨에게 강제로 병가를 쓰게 하기도 했다. B씨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업무가 많아 재택근무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A경정은 “과장님 지시로 병가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A경정은 다른 직원에게 B씨의 병가를 대신 신청하라고 지시했고, 자신이 직접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청은 2022년 4월 품위유지의무와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A경정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처분을 내리고, 근무지를 바꾸는 전보 조치도 했다.

그러자 A경정은 “징계 자체도 지나치지만, 문책성 인사로 인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갑자기 전보돼 사실상 이중 처벌을 받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에서 “당시 급하게 옷을 갈아입어야 했는데 사무실 책상 앞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며 “마침 자리에서 일어난 다른 직원이 그 모습을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병가 신청도 B씨의 묵시적인 동의에 따라 한 것”이라며 “권한을 이용한 강요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일한 사무실에는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화장실도 있었다. 품위 손상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또 B씨가 병가를 쓰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 B씨 의사에 반해 경가를 가게 한 행위는 부당한 지시를 해선 안 된다는 해경청 행동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두 행위 모두 징계양정 기준에 따르면 견책 이상”이라며 “원고가 받은 징계가 비례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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