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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美나스닥 상장 앞두고 '차이나 리스크' 경고 제기

방성훈 기자I 2023.08.23 09:53:46

ARM, IPO 투자설명서에서 ''차이나 리스크'' 시인
"中법인 직접 경영권 없어…의존 높지만 독립 운영"
中서 매출 4분의 1 발생…미중 갈등으로 악화 추세
전문가 "차이나 리스크 예상보다 커…투자할지 고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 반도체 설계기업인 영국 ARM에 대해 ‘차이나 리스크’ 우려가 제기됐다. 다음달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가운데 나온 경고여서 주목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1일(현지시간) 자회사 ARM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다고 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진=AFP)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RM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4명의 펀드매니저들은 ARM이 기업공개(IPO)를 위해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ARM은 서류에서 매출의 4분의 1을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면서 “중국과 미국, 영국 간 긴장을 포함해 경제적·정치적 위험에 ‘특히 취약하다’”고 시인했다.

ARM과 대주주인 소프트뱅크 모두 ARM의 중국 사업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ARM은 투자설명서에서 “우리는 중요한 수익원이자 시장인 중국으로의 통로로서 ‘ARM 차이나’와의 상업적 관계를 통해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ARM 차이나는 우리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며 “ARM 차이나 이사회에서 직접 경영권이나 대표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ARM의 사업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ARM 차이나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6% 감소한 1억 3900만달러를 기록했다. ARM의 고객사였던 일부 중국 기업 고객들이 최첨단 칩 설계 구매가 차단되자 저가형 설계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칩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MST 파이낸셜에서 소프트뱅크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깁슨 분석가는 “투자설명서에 설명된 차이나 리스크는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객들의 라이선스 사용료 지불이 악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로열티 수익은 하반기에 (더욱)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ARM의 장기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FT는 ARM의 차이나 리스크는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키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한 엔비디아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프트뱅크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차이나 리스크 때문에 아직 IPO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그들(ARM과 소프트뱅크)은 꽤나 큰 차이나 리스크가 있다고 시인하면서 시장에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은 또 ARM의 9월 나스닥 상장 계획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를 일부 확인시켜줬다고 입을 모았다.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의 소프트뱅크 담당 애널리스트인 커크 부드리는 “ARM 경영진은 중국 매출이 앞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나머지 세계 (반도체 업계)에 더 높은 가치 평가를 위해선 더 큰 성장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ARM은 이번 IPO를 통해 80억~100억달러(약 10조 7300억~13조 41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상장 주식은 전체의 1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며, ARM의 기업가치는 640억달러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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