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중앙은행 추가 시장안정화 조치에도 국채금리 급등

방성훈 기자I 2022.10.11 10:00:18

BOE, 국채 매입 50억파운드→100억파운드 확대 발표
英 재무부도 예산·중기재정전망 3주 앞당겨 10월말 공개
추가 조치에도 英국채 30년물 전일比 0.29%p 급등
"긴급 채권매입 연장 없어 실망…시장불안 불식 실패"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0일(현지시간) 급등했다. 영국 정부와 영란은행(BOE)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추가 대책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대비 0.29%포인트 급등해 4.68%까지 치솟았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0.35%포인트 오른 4.42%, 10년 만기 물가연동채권 금리는 0.64%포인트 급등한 1.24%로 각각 뛰었다. 특히 10년 만기 물가연동채권 금리는 199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BOE가 이날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앞두고 새로운 추가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아치우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BOE는 이날 650억파운드(약 103조원) 규모의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오는 14일 예정대로 종료하되, 남은 5일 동안 하루 매입 한도를 기존 50억파운드에서 100억파운드(약 15조 8500억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내달 10일까지 새로운 단기자금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엿다.

이에 대해 FT는 “BOE의 추가 조치는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끝나면 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 셈”이라며 “BOE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채권 시장의 불안은 리즈 트러스 새 정부가 지난달 23일 450억파운드(약 71조 3700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미니예산을 공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예산책임처(OBR)의 재정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채를 담보로 운용하던 연기금들이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자 보유 채권을 팔기 시작했고, 이는 국채 금리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했다. 결국 BOE는 같은달 28일 시장에 긴급 개입하며 향후 13일 동안 매일 50억파운드씩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영국 재무부도 11월 23일 공개하려던 정부 중기 예산과 이에 대한 OBR의 중기 재정전망을 3주 이상 앞당겨 이달 31일 발표하기로 했다. 11월 3일 BOE의 기준금리 결정 이전에 내용을 공개해 금리 상승폭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BOE가 정부의 재정 계획이나 전망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통화정책을 펼치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유동성을 빨아들여 시장 혼란을 재차 야기할 수 있다.

BOE와 영국 정부의 추가 조처에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ING의 앤토인 부베 전략가는 “많은 투자자들이 BOE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연장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실망했다”고 말했다. XPS펜션스그룹의 사이먼 윌리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단기적인) 매입 규모 확대보다는 실제로 얼마만큼의 유동성을 지원해줄 의향이 있는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현재 업계에는 2주 전과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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